공정위원장 "거대 플랫폼은 심판·선수 이중적 지위…경쟁 왜곡"(종합)

입력 2021-11-04 17:21   수정 2021-11-04 19:04

공정위원장 "거대 플랫폼은 심판·선수 이중적 지위…경쟁 왜곡"(종합)
서울국제경쟁포럼…"핵심 플랫폼상 노출 순위 결정 기준에 주목"
EU "디지털시장법 제정 필요", 일본 "디지털 광고시장 법집행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거대 플랫폼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노출 순서 조작 등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쟁을 왜곡하기도 한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개회사와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1번 참가자는 주최자의 지위를 악용해 정당한 경쟁이 아닌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동력을 약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경쟁 당국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다른 세계 경쟁 당국 못지않게 플랫폼 분야에 강력하게 경쟁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다른 나라의 법 집행 내용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독과점 플랫폼들이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하기 위해 노출 순위나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행위 등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핵심 플랫폼상에서의 노출 순위 결정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배차 몰아주기, 쿠팡의 자사 PB상품 상위 노출, 구글의 경쟁 앱 마켓 인기 게임 출시 방해 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거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추진도 언급하며 "한국 경제에서 빅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시장 집중도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른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련 중인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에는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시장 획정 기준과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자사 우대·멀티호밍 제한 등 대표적인 법 위반 유형도 예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레데릭 제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장 등 해외 경쟁 당국 고위급 인사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플랫폼 경제에서의 경쟁법 집행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올리비에 게르센트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은 "디지털 시장을 개방적이고 경쟁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 특성을 반영해 경쟁법·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드 심스 호주 경쟁소비자위 위원장은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숙박 분야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예약 환불 기준을 마련했다며 "위기 상황 속에도 경쟁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경쟁 당국과 다른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집중과 관련한 디지털 광고시장에서의 경쟁·소비자 이슈를 주제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핵심 플랫폼이 소비자 또는 제삼자가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폐쇄적인 거래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의 타카시 야마모토 위원은 "디지털 광고시장의 핵심 플랫폼은 광고주와의 거래관계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소비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우려가 있다"며 경쟁법 집행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캐슬린 오닐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 조사국장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검색엔진을 선(先)탑재하도록 함으로써 독점력을 유지한 행위를 제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디지털 광고시장에 대한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면밀히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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