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체결 효과도…거대 시장 인도 빠진 점은 한계
한국, 中·日보다 한달가량 늦게 발효…"큰 영향 없어"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내년 1월 발효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길도 활짝 열릴 전망이다.
아세안 시장에서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기계, 생활소비재 등의 관세 장벽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수출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어 중국, 일본 등 이미 비준서를 기탁한 10개 국가보다는 한달가량 늦은 내년 1월 말께 정식 발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정도 시차로 발생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시장 다변화로 경제영토 확장·공급망 대응 효과 기대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RCEP으로 시장 다변화를 통해 '경제영토'가 넓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로 신남방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체제 약화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RCEP 수출액은 2천690억달러(약 318조원)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RCEP에서 아세안 10개국은 우리에게 상품 시장을 추가 개방했다.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 관세 철폐율(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없애 관세 철폐율이 국가별로 91.9∼94.5%까지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자동차부품과 철강 등의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안전벨트, 에어백, 휠 등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완성차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화물자동차나 일부 소형차에 대해 관세를 없앴다.
철강 업종에선 봉강, 형강 등 철강 제품(관세율 5%)과 철강관(20%), 도금 강판(10%)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게 됐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 RCEP 수출은 129억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47.8%를 차지했다.
합성수지, 플라스틱관, 타이어 등 석유화학과 볼베어링, 기계 부품, 섬유기계 등의 기계업종에서도 관세를 추가로 없앴다.
전기·전자 제품 가운데는 일부 국가에서 최대 30%에 달하던 냉장고와 세탁기, 최대 25%였던 냉방기에 대한 관세 문턱이 없어진다.
섬유 등 중소기업 품목과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도 추가 시장개방을 확보해 수출길이 넓어지게 됐다.
◇ 일본과 FTA·농수산물 관련 보호장치…발효 시차 영향은 제한적
RCEP는 양자 협정은 아니지만 한일 간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RCEP에서 한일 양국 간 관세 철폐 수준은 품목 수로는 모두 83%로 동일하다. 다만 수입액으로 보면 한국이 76%, 일본이 78%로 일본이 우리에게 2%포인트 더 시장을 개방했다.
우리는 완성차, 기계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 품목도 10∼20년간 철폐하거나, 장기간 관세를 유지하다가 감축하기 시작하는 '비선형 관세 철폐' 방식으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농수산물 역시 베트남, 중국과의 FTA 등 기존 양자 FTA 범위 내에서 품목을 개방해 현재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핵심 민감품목인 쌀,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배, 명태(냉동) 등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입액이 큰 바나나, 파인애플, 새우(냉동), 오징어(냉동), 돔(활어), 방어(활어) 등도 문을 열지 않았다.
일부 관세 품목도 관세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관세 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우리 농·수산·임업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다만 RCEP은 단계적 관세철폐 품목이 많아서 실제 영향을 체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거대 시장인 인도가 대중 무역적자 확대 등을 이유로 최종 서명에서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수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온 인도는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회원국들이 인도를 '옵서버'로 참여하게 하기로 합의한 만큼 향후 인도 가입을 위한 논의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등 10개국보다 한 달가량 늦게 RCEP이 발효하게 됐지만, 이 정도 시차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RCEP은 원래 전체가 아니라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 이상의 서명국이 비준서를 기탁하는 대로 발효하게 돼 있었다"며 "한 달가량 발효가 늦어지는 데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연구기관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추가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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