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진회색 바탕에 홀로 선 나무 한 그루의 초록빛이 유난히 선명해 보입니다.
한때 울창했을 숲은 이렇게 한 그루만을 남기고 화산재에 덮여 잿빛이 됐습니다.
이곳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 섬 카나리섬입니다.
라팔마 섬에서는 지난 6주간 쿰브레 비에하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이 나무가 없었다면 흑백사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6주간 분출된 재의 양이 100억㎥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화산재는 수천m 상공으로 올라가 흩어졌지만 무거운 입자는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카나리아 제도를 덮었습니다.
지붕에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있을 만큼 큰 화산재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벌건 용암이 주택가 바로 옆으로 흐르고 있어 대피한 주민들은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나리섬의 주산물인 바나나 농장도 화산재에 덮여 생계도 위협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살림살이도 미처 챙기지 못한 주인이 급히 떠난 집 안의 식탁 위에 놓은 컵과 쟁반에도 수북이 쌓였습니다.
화산이 폭발할 때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언제쯤 그들은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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