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세계 나이트클럽의 수도' 베를린에서 유서 깊은 나이트클럽들이 전시장으로 일시 변신했습니다.
전설적인 테크노 클럽 트레조르에서는 지난 9월 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신진대사 올리기(metabolic lift)'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 유명 사운드·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당국의 영업정지 명령에 이후 트레조르의 문은 1년 넘게 닫혀있었습니다. 3월초 독일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 중 하나가 클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전시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통상 클럽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들에게 전시도 감상하면서 클럽 내부를 엿볼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동서독 통일 직후인 1991년 설립된 트레조르는 2007년 동베를린의 옛 전기발전소였던 현 건물로 이주했습니다. 1961년 지어진 이 건물은 1997년까지 동베를린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원천이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베를린 아토날은 "전시회 자체가 신진대사 체계와 같이 작동한다"면서 "트레조르 클럽이 자리한 옛 전기발전소 건물은 시스템이 리듬에 따라 작동할 수 있도록 물리적 체계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선형적으로 배치된 예술작품과 퍼포먼스는 트레조르 클럽과 전기발전소 기반시설의 깊숙이 보이지 않는 공간을 관통해 길을 만들어낸다고 기획자들은 설명했습니다.
앞서 트레조르의 라이벌인 베를린의 명소 클럽 베르크하인도 지난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바 있습니다.
덴마크 출신 예술가 야콥 쿠드스크 스틴슨은 '베를-베를'이라는 전시프로젝트를 통해 베를린 자연과학박물관과 협업해 1만 년 전 베를린 습지 생태계를 3D 가상세계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동서독 통일로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버려진 공장지대 등에서 즉흥적으로 벌어지곤 했던 자생적인 파티에 기원을 둔 베를린의 나이트클럽들은 매년 1천300만명의 관광객과 젊은 예술가들을 끌어모으는 요인이었습니다.
베를린의 300여개 클럽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클럽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베를린시는 매해 클럽 방문을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14억8천만 유로(약 2조원)를 벌어들였습니다. 베를린시내 클럽들은 해마다 7만여개의 행사를 열어 9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왔습다.
현재 클럽 트레조르는 전시가 끝난 후 다시 운영을 중단한 상태고 클럽 베르크하인은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베를린시가 9월 첫 주말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자나 완치자를 상대로 클럽 내부 영업 재개를 허용한 데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하면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독일의 지난 3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4천명에 육박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이었던 지난해 12월보다 더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루 사망자도 165명에 달했습니다. 병원 입원도 다시 늘면서 각급 병원 중증 치료 병상에는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