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요소수 2만ℓ 들여오지만 절대 부족…물류-버스대란 우려(종합2보)

입력 2021-11-07 21:06   수정 2021-11-08 11:40

호주서 요소수 2만ℓ 들여오지만 절대 부족…물류-버스대란 우려(종합2보)
디젤 화물차 이어 노선버스 40% 가량도 운행 중단 위기
요소 재고량 이달 말이면 바닥…산업계 전반 '초비상'
정부, 요소수 확보 총력전…금주부터 가시적 성과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악화냐 진정이냐의 기로에 섰다.
디젤 화물차 등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요소수의 생산 원료인 요소 재고량이 이달 말이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요소수 확보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정부가 이번 주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긴급 공수키로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요소수발 물류대란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류를 넘어 노선버스, 요소 비료를 쓰는 농업 분야 등 경제와 일상 전반에 걸쳐 전방위 피해가 우려된다.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사전 대비·사후 대응을 둘러싼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 국내 요소 재고량 이달 말이면 동나…산업계 전반 '초비상'
7일 정유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요소수 생산에 필요한 요소 물량은 현재 이달 말 분까지만 확보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국내 요소수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004000]이 이달 말까지 요소수 생산이 가능한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요소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가운데 요소를 조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11월부터 요소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시중에 요소수 공급이 '완전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디젤 화물차 운행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우려하는 물류대란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철강·건설 등 산업계 전반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 노선버스 약 40%도 디젤 차량…교통 대란 우려도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도 상당 부분 멈춰 설 위기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버스는 2만여대 수준이다.
시내버스는 3만5천여대 중 9천여대로 디젤 버스의 비중이 낮지만 고속버스 1천800여대 중 700여대, 시외버스는 5천800여대 중 4천여대가 디젤 버스다.
버스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업체별로 한 달 가량의 요소수 재고는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한 달이 지나면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
이에 국토부는 디젤 버스 비중이 큰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의 운행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현재 운행하지 않는 전세버스를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투입하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 중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면서 "추가로 재고 확보가 안 될 경우 이달 말이 지나면 공장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 요소수 확보 총력전…2만ℓ 긴급 공수·매점매석 단속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요소수 확보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는 이날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어 요소수 품귀 사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일단 이번 주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군 수송기로 들여오기로 했다.
또 가용 가능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중국, 호주 등 주요 요소·요소수 생산국으로부터 물량을 신속하게 도입하는 한편 베트남 등 요소 생산국가와도 연내 수천t이 도입되도록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요소·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8일 0시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한다.
요소수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와 요소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조사 당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보다 10%를 초과해 보관할 경우 물가안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재고량 파악, 판매량 제한, 판매처 지정 등 수급 안정을 위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도 관련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이번 주 중 제정·시행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내 산업계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 파악에 이어 이를 차량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의 기술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이를 차량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신속한 공급을 위해 화물차의 배기가스 배출 등과 관련한 과도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국내 요소 생산설비 확보 방안 추진, 조달청 전략비축 등 장기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 요소수 없이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대체 촉매제 개발, 요소수 대체재인 암모니아수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 확대 등으로 수요 관리도 병행한다.



◇ "요소수 긴급공수 도움 될 것, 추가 조달 필요"…근본 대책 마련 시급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지적이다.
호주에서 긴급 공수하는 2만ℓ는 군 수송기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물량이다.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이 연간 생산하는 요소수는 14만t 규모다. 이 물량이 시장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2만ℓ는 겨우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요소수가 바닥난 상황이어서 정부의 긴급 공수가 도움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추가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요소수 가격 급등에 수요자들이 너도나도 물량을 사들인 상황이어서 매점매석 금지 고시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산업용의 차량용 전환을 검토하기에는 산업용 요소수 재고 자체도 충분치 않은 현실이다.
요소수를 직접 사용하는 업종으로는 철강과 화력발전, 시멘트 업계 등이 손꼽히는데 이들 업계 모두 요소수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제철소에서 요소수를 사용하는 포스코는 재고가 1개월 치에 불과한 실정이며, 화력발전소에 요소수를 쓰는 한국전력 한 자회사의 경우도 공급업체가 가격 인상 부담으로 공급 계약 해지를 거론해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호주에 이어 다른 요소·요소수 생산국에서 추가 조달에 성공한다면 요소수 품귀 사태는 한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현 국면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의 '마스크 대란' 사태와 같은 상황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도 초반엔 물량 확보가 어려웠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족 사태가 해결됐다.
그러나 후속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물류·버스대란은 물론이고 농업 등 요소 및 요소수를 사용하는 다른 분야도 연쇄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요소수가 직접 필요한 업체가 아니더라도 제품 운송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은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면서 "운송업체와 예약 물량을 몰아서 운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 시 정부 책임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중국과 호주 양국 간의 갈등이 요소수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을 미리 살피지 못했고, 또 사태 발생 이후에도 별다른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지난달 21일 중국산 요소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현지 공관으로부터 전달받았으며 그 직후부터 현지 공관에 세부 현황 파악을 요청하고 업계 간담회와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는 등 요소 수급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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