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이동통신 철탑 주변에 지뢰…민간인 살상 위험 논란

입력 2021-11-06 12:57  

미얀마군, 이동통신 철탑 주변에 지뢰…민간인 살상 위험 논란
반군부 세력 철탑 파괴에 대응…텔레노르 "지뢰 매설 심각한 우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9개월째에 접어든 미얀마에서 군부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사용되는 철탑 주변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 직원들은 물론, 주변을 지나는 민간인들의 목숨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군이 지난 9월부터 이동통신사가 소유하거나 임차한 통신 철탑 부근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이동통신사인 미텔의 직원들은 군부가 최근 몇 달 동안 철탑 보호를 위해 다수 시설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전했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 중인 직원들은 이에 대해 시민방위군(PDF)이 사제 폭탄 등을 이용, 미텔의 이동통신 철탑을 파괴한 데 따른 조치라고 했다.
매체는 미텔을 포함해 MPT, 우레두, 텔레노르 등 미얀마 내 이동통신사들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텔레노르만이 지뢰 매설을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이동통신사인 텔레노르는 미얀마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로, 쿠데타 이후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레바논 투자사인 M1에 사업 매각을 발표하고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텔레노르 대변인은 이메일 회신을 통해 "일부 철탑 지역에 대인지뢰가 설치됐다"며 "철탑을 운용하고 보수하는 인력들 외에 인근 지역에 사는 지역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기 때문에 심각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샨주 북부에서 미텔의 한 기술자가 철탑 수리를 하러 갔다가 지뢰를 밟아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매체가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와 관련, 텔레노르측은 지뢰가 매설된 철탑 인근에 사는 가입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근처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경고판도 설치했다고 전했다.
다른 이동통신사는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미얀마 나우는 MPT와 우레두의 이동통신 철탑 인근에도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시도티는 "텔레노르 등 이동통신사들은 군부에 요구해 지뢰가 매설된 철탑의 위치를 널리 알려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뢰 제거 운동 민간단체인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의 슈타인 퇴네손 대변인은 "민간인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지뢰에 대한 정당한 사용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면서 "미얀마 군정에 지뢰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묻힌 지뢰를 제거하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퇴네손 대변인은 지뢰 매설이 1997년 체결된 대인지뢰 금지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텔레노르 지분 54%가량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 정부도 분명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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