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학생 평화사절단, '평화' 상징 종이학 1천마리 바쳐
(나가사키=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6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長崎)시 평화공원에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국인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와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 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관계자 100여명이 제막식에 참석했다.
평화공원 내 원폭 자료관 바로 앞에 자리 잡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건립 추진 27년 만에 세워졌다.
위령비를 감싸고 있던 흰색 천이 제거(제막)되고 국기에 대한 명세와 애국가 제창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위령비에 헌화했고, 일본 고등학생 평화사절단 소속 여학생들은 손수 접은 1천 마리의 종이학을 위령비에 바쳤다. 종이학은 평화를 상징한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나가사키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약 7만4천명이 사망했고, 이 중 수천명~1만명은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으로 추정된다.
원폭 투하 시간과 같은 11시 2분에 참석자들은 한국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제막식이 끝나고 공원 내 원폭 자료관에선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가 열렸다.
다른 원폭 투하 지역인 히로시마시에는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현지 평화기념공원에 건립돼 매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날인 8월 5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그러나 나가사키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없어 지금까지 위령제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첫 현지 위령제가 열린 셈이다.
강창일 대사는 위령제 추도사에서 "오늘 비가 오는 것은 하늘의 영령(한국인 희생자)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위령비 건립을 주도한 강성춘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나가사키현 지방본부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1994년부터 시작된 위령비 건립 경위를 설명한 뒤 "우리 한국인 동포의 손으로 염원하던 위령비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단장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코로나 사태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초대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비 건립을 지원한 이희섭 주후쿠오카 총영사는 추도사에서 "일본이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역대 총리 담화를 충실히 계승하고 역사를 직시하는 바탕 위에 한일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막식 및 위령제 참석자의 약 20%는 일본인이었다.
일본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나가사키시 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무카이야마 무네코 의원은 위령제 인사말에서 "원폭으로 돌아가신 한국인 희생자, 조국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걱정하며 돌아가신 영혼에 삼가 추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위령제에 이어 인근 식당에선 한일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기념 오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 고등학생 평화사절단 소속 학생들은 한일 우호 증진을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여학생은 한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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