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전세, 직장인은 꿈도 못꾸나"…고가전세 보증중단 논란

입력 2021-11-07 06:13  

"대치동 전세, 직장인은 꿈도 못꾸나"…고가전세 보증중단 논란
세입자 "지금도 귀한데…월세·반전세 더 부추길 것" 예상
금융당국도 한때 검토…실수요자 고려해 지난달 대책서 제외
"가계부채·갭투기 억제 효과"…"민간기관 떠밀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부응해 '고가 전세'에 대출 보증 중단을 검토하자 또 하나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은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구성한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 발족 후 고가 전세에 보증 제공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의 보증을 제공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에 상한선(수도권 5억원)을 두는 것과 달리 SGI서울보증에는 한도가 없어 이곳에서는 고가 전세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SGI서울보증은 검토 일정이나 기준 금액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고가 전세'의 기준은 보증금 9억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는 주택 가격인 15억원에 전세가율 60%를 적용한 값으로, 금융당국도 이 기준을 한때 검토했다.



SGI서울보증이 9억원 이상 전세에 보증을 중단한다면 서울시, 특히 강남권의 아파트 상당수는 세입자가 보증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이뤄지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못하고 기존 주택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KB국민은행의 집계를 보면 서울에서는 평균 전세가가 이미 6억5천720만원이 될 정도로 전셋값이 높아졌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주금공도 보증 대상 전세를 연내 7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대치동 등 강남권은 전세 보증금이 10억원을 웃도는 주택이 적지 않다.
9억원 넘는 전세의 대출 보증이 중단되면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 등에서 어렵게 전세 또는 반(半)전세를 사는 세입자의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증금 9억원이 넘는 전세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은 월 약 300건이다. 세입자들이 대출한도까지 채워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최대 1조8천억원을 대출할 수 있다. 9억원이 넘는 전세 SGI서울보증의 보증 잔액은 1조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세입자들은 정부의 주택공급정책과 '임대차 3법', 부동산세제 변화로 전셋값이 폭등했는데 그 부담을 온전히 떠안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두 자녀 교육 문제로 2019년 대치동에 전세로 입주한 40대 후반 직장인 이모씨는 "살던 집 전세 시세가 단 2년 만에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곱절이 됐다"며 "일반적인 직장인이 전세대출 없이 그 돈을 마련할 수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금리를 더 부담하고서라도 다른 대출로 조달하려고 해도 다른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 규모가 2억원(7월부터 1억원)을 초과할 때 차주단위(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돼 고소득자가 아니면 수억대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고가 전세 대출에 대한 보증 중단은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전세에 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는 뉴스에는 '보증금 9억원에 나머지는 월세로 돌릴 것'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대치동 같은 인기 지역은 지금도 전세 매물이 귀하고 보증금이 워낙 높아 반전세와 월세 계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앞선 사례의 이씨도 올해 중반 급등한 시세가 부담돼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집주인이 거주 의사를 밝혀 다른 전셋집을 구하다 결국 월세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안 그래도 전세가 귀한데 보증금이 9억원을 넘는 집에 전세대출 보증을 안 내준다면 월세나 반전세로 바뀌는 추세가 더 빨라질 것 같다"며 "평범한 가정이 교육환경이 좋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대치동에 입성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이 가속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기 전 고가 전세에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했다. 올해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도 전세대출은 월 2조5천억∼3조원씩 꾸준히 나가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갭투기'의 지렛대가 돼 집값·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계속 받았다.
전세대출 자원이 취약계층 중심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그러나 보증금액이 높다고 전세대출 공급 자체를 끊는다면 DSR 규제 강화 기조 속에 이씨와 같은 실수요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결국 대책에서 제외했다.
결국 정부가 대책에서 제외한 방안을 민간 기관인 SGI서울보증이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꼭 필요한 정책이고 부작용도 미미하다면 정부가 정당성을 설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해도 될 텐데 대선 국면에서 눈치를 보느라 전세대출은 가계부채 보완대책에서 제외해놓고선 뒤늦게 민간기관을 떠미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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