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 약속 지켜라" 요구…진압 경찰과 충돌 1명 부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올여름 그리스 전역에서 빈발한 대규모 산불을 진화하고자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이 이번에는 고용 안정을 위한 싸움에 나섰다.
AP 통신에 따르면 단기 계약직 소방관 수백 명이 6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소방복장을 한 이들은 여름철 산불 사태의 영향으로 새로 설립된 '기후위기·시민보호부' 청사 앞 도로를 막은 채 농성했다.
이들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한 명이 경찰이 쏜 섬광탄에 맞아 부상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리스에서는 올여름 30년 만에 닥친 폭염과 맞물려 전국 곳곳에서 수백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
여러 명이 사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서울 면적(약 605㎢)의 1.7배인 1천㎢ 이상의 산림과 농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번 화재는 대부분 사람이 고의로 불을 붙인 방화 또는 과실로 시작됐으나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열파와 극심한 가뭄이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기후변화 여파로 추정되는 각종 자연재해·재난이 빈발하고 있으나 그리스의 국가 소방 능력은 아직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스는 예산상 제약 등으로 많은 소방관을 계약직으로 두고 있다.
올여름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1만5천여 명 가운데 3분의 1인 5천여 명이 단기 계약직 혹은 임시고용직이라고 한다. 이들은 부실한 처우와 함께 고용 불안정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계약직 소방관협회장 알렉산드로스 파란다키스는 "기후변화는 실질적인 위협이며, 이에 대응하려면 더 나은 자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그는 "계약직 소방관들도 올여름 혼신을 다해 화마와 맞서 싸웠다"면서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한 정규직 전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재앙이 더 발생해야 약속을 지킬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당국은 산불 사태 이후 인력·장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국가 소방 능력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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