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무시하는 대통령"…브라질 과학자들 집단 반발

"과학 무시하는 대통령"…브라질 과학자들 집단 반발
말라리아약 코로나 치료 반대한 과학자 서훈 취소에 나머지 21명 훈장 거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말라리아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사용에 반대한 과학자들에 대한 훈장 수여를 취소하자 과학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들에 따르면 21명의 과학자는 이날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정부가 주는 국가과학공로훈장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과학을 무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염병과 공공보건에 관한 권고를 적극적으로 보이콧하는 정부가 주는 훈장은 과학적 궤적과 맞지 않는다"며 훈장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1993년에 만들어진 국가과학공로훈장은 과학·기술·혁신 분야에 기여한 국내외 과학자들에게 수여된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3일 국가과학공로훈장 수여자 20여 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들 중 과학기술·공공보건 연구기관인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의 마르쿠스 비니시우스 기마랑이스 지 라세르다 연구원과 아델리 벤자켄 연구원에 대한 훈장 수여를 이틀 만에 취소했다.
두 사람은 보우소나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특히 라세르다 연구원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클로로퀸 사용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훈장을 취소한 것을 두고 과학에 대한 무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계는 "두 과학자를 훈장 수여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과학자들에 대한 박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보인 행태에 대한 비판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으로 부르며 심각성을 부인했으며,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봉쇄에도 반대했다.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구충제 이버멕틴 등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보건 전문가들과 충돌했다.
또 백신 효과를 부정하며 접종을 거부하는가 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가짜뉴스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비판을 자초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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