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중도 동시 압박해 표결 이끌어…"미국인 삶 '게임 체인저'"
에머슨대 2024 대선 가상대결 조사…바이든 43% vs 트럼프 45%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를 비롯해 연달아 정치적 내상을 입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간신히 득점에 성공했다.
의회가 지난 5일(현지시간) 취임 초부터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대규모 투자법안의 한 축인 1조2천억 달러(약 1천423조 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법을 처리하면서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의회를 찾아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치러진 버지니아 등 일부 지역 선거를 앞두고 공격적 확장 재정을 위한 자신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구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을 비롯해 물류대란, 물가상승 등 겹악재에 시달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역대급'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인프라법 처리가 실망한 민심을 되돌리고 지지율 반등을 노릴만한 모멘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 규모 및 인프라법안 선처리 여부를 둘러싼 민주당 내 중도파와 진보 진영의 힘겨루기로 두 법안 모두 지루한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우려는 현실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 대선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로 앞선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후보가 당선됐고 낙승을 기대한 뉴저지에서는 민주당 필 머피 후보가 신승을 거두며 민주당에 강한 경고음을 날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충격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수차례 통화 속에 직접 나서 민주당 진보와 중도 진영을 강하게 압박했고, 천신만고 끝에 의회 표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진보모임(CPC) 수장인 프리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을 비롯해 모임 소속 의원들과 직접 스피커폰으로 통화해 사회안전망 예산 처리를 직접 보장했고, 중도파 의원들도 접촉해 사회안전망 예산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서면 약속을 이끌었다.
이번 인프라 예산 처리는 수차례 '인프라 주간'이라며 인프라 예산 처리를 공언했지만 어떤 성과도 손에 쥐지 못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는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소중한 성과라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예산 처리 직후인 전날 토요일임에도 이례적으로 연설에 나서 "기념비적인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법안이 "미국 재건을 위한 블루칼라의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도 별도의 트윗을 올려 "인프라 법안은 워싱턴에서 오랜 기간 논의됐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것"이라며 "미국인들의 삶에서 여러 방면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0일 볼티모어항을 찾아 인프라 예산안이 어떻게 항만 시설을 개선하고 공급망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예산 처리로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장 추수감사절 이전으로 못박은 사회안전망 예산안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물류대란 등으로 국내 경제가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전한 회복을 일찌감치 선언했지만 잇단 돌발 변이 발생으로 일상으로 복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감점 요인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찍은 뒤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CBS에 따르면 6일 발표된 에머슨대 2024년 대선 가상 대결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3%로, 45%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졌다.
갤럽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2%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역대 집권 1년 차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았다.
NBC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에 불과, 부정 평가(54%)를 크게 밑돌며 '데드 크로스'를 기록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