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핵정책 '억지·반격'에 제한되나…이번달 백악관 회의

입력 2021-11-08 06:07  

바이든 핵정책 '억지·반격'에 제한되나…이번달 백악관 회의
내년초 핵태세보고서 예정…핵공격 억지·반격 초점 '단일목적' 선언 가능성
바이든, 단일목적 선언 공개 지지…한국 등 핵우산 공약 동맹에 여파 불가피
공화 "동맹 버리고 중·러 대담케 하는 일" 반대…진보는 선제 불사용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내년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선제공격까지 포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쪽에서 억지·반격에 한정하는 쪽으로 핵정책 변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국 등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동맹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 NSC는 이번 달 회의를 소집,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핵공격에 대한 억지나 반격이라는 '단일목적'에 맞출지 여부를 논의한다.
내년 1월 미국의 핵정책 전반을 다루는 NPR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핵무기 사용 시점 및 계기와 관련한 기존 입장에 수정을 가할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NPR 보고서는 새 행정부가 들어선 해에 검토가 시작돼 이듬해 발표된다.
미국은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선제 불사용'을 천명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으나 이번에는 핵공격의 억지나 반격에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한정하는 방향으로 단일목적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단일목적 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동맹 및 미군과 협의해 이를 실행에 옮기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무기의 목적을 구체화해 가공할 핵위기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게 기본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도 핵무기 선제 불사용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선제 불사용 공약이 도출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백악관 NSC 회의의 주제도 단일목적 선언을 채택할지 여부지, 선제 불사용 공약을 할지 여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단일목적 선언이 채택될 경우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선제 불사용과 달리 핵공격 옵션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처럼 핵우산으로도 불리는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하에 있는 동맹국에서는 특히 미국의 정책변환이 가져올 안보상 여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9일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주요 동맹에 핵정책 변경에 대한 검토 사실을 알렸으나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FT는 해당 보도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이 핵무장에 나서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짚기도 했다.
유럽 동맹국 역시 마찬가지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미국의 선제 불사용이나 단일목적 선언을 원치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프랑스 역시 양쪽 모두에 반대 입장이라고 WP는 전했다.
동맹의 이러한 반응을 감안한 듯 미 고위 당국자는 WP에 동맹과의 협의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확장 억지를 강력하고 믿을 만하게 보장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략적 억지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는 강한 우려를 발신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은 최근 디펜스뉴스 기고문에서 "단일목적 선언은 선제 불사용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단일목적 핵정책은 우리의 동맹과 가까운 우방을 버리는 것을 넘어서서 중국과 러시아를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역시 중국·러시아 등의 군사력 증강 속에 미국의 공격 선택지를 제한하는 데 대한 회의적 기류가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오판과 사고의 위험성을 들어 선제 불사용 선언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올해 초 선제 불사용을 법으로 못 박는 법안을 발의했다.
'핵 없는 세계'를 주창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핵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했으나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반대 속에 이를 내려놓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당시 미 외교안보 참모진은 선제 불사용 선언이 한국이나 일본의 우려를 고조시킬 수 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장관이었던 애슈턴 카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제 불사용 선언을 미국의 약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당시 보도한 바 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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