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도입 압박에 터키 '기후변화 협약' 비준

입력 2021-11-08 15:36  

EU 탄소국경세 도입 압박에 터키 '기후변화 협약' 비준
EU 가입 원하는 터키, 최대 교역국 EU의 기후대책에 동참
터키 "탄소국경세 부과되면 터키에 큰 위협"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탄소 배출량 감축 등 기후변화 대책을 선도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 정책이 터키의 동참을 끌어내고 있다.
7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터키의 에민 비르피나르 기후특사는 "터키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등 최대 교역 상대인 EU가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터키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터키에 매우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의 이른바 '탄소국경세' 정책 때문에 터키가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르피나르 특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터키 대표로 참석했다.
터키는 주요 20개국(G20) 중 유일하게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으나 터키 의회는 지난달 파리기후변화협약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
터키는 협약 이행 과정에서 터키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야 한다며 비준을 거부했다.
그러나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32억 달러(약 3조7천900억 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등 기후변화 대책 동참을 압박하자 결국 비준을 결정했다.


올해 들어 터키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잇따른 것도 비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터키에서는 지난 8월 대규모 산불이 열흘 넘게 발생해 8명이 사망한 데 이어 홍수 피해까지 겹쳐 82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르피나르 특사는 터키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대책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탄소국경세를 피하려고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탄소 가격을 책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U가 도입을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CBAM)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하는 관세로 사실상 추가관세다.
EU는 2025년까지 과도기를 둔 뒤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탄소국경세 부과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COP26에서 탄소배출에 명확한 가격을 매기자고 제의하고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을 실현할 강력한 틀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기후변화에 대응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엔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더 올리고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을 더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역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를 줄이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을 '0'으로 끌어내려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극적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EU는 203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19년 달성한 20% 수준보다 배가 높고 당초 목표치인 32%를 상향한 것이다.
또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EU 가입을 추진한 터키는 정치, 경제 체제를 EU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당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하려고 시도했던 터키는 1987년에 가입을 신청한 이래 30년 넘게 EU의 문을 두드렸다.
터키는 2002년 의회에서 사형제 폐지와 쿠르드어 방송 허용 등 EU가 제시한 가입 협상 개시 조건을 충족하는 개혁법안을 통과시켰고 2004년 12월 비로소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EU와 터키는 지난 2005년부터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키프로스 영토 분쟁과 독일, 프랑스 등의 반대로 협상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2016년 쿠데타 진압 후엔 관련자에 대한 대대적 투옥과 해고, 기관 폐쇄, 기본권 제한 조처가 이어지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가입 협상이 교착됐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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