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달러 들인 차세대 망원경 우주공간서 '고비' 300번 넘겨야

입력 2021-11-08 14:27  

100억 달러 들인 차세대 망원경 우주공간서 '고비' 300번 넘겨야
테니스 코트 크기 5겹 태양 방패막·거울 18개 이어붙인 주경 전개
내달 18일 발사 뒤 배치성공까지 29일 간 손에 땀 쥐는 긴장 지속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재 망원경의 관측 능력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천문학계의 수많은 숙제를 풀어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드디어 내달 18일 우주로 나간다.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제안된 뒤 잇단 개발 차질로 당초 목표했던 것보다 10년 이상 지연되고 비용도 100억 달러(11조8천억원)로 불어난 데 따른 실망과 비난도 컸지만, 일단 지구 150만㎞ 상공에 배치되면 차세대 망원경으로 우주를 더 멀리, 더 깊이 들여다보며 천문학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웹 망원경이 완전체로 발사장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 도착해 발사를 위한 최종 점검과 준비에 들어간 만큼 더는 연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주 발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경이 약 6.5m로 우주에 배치하는 망원경 중 가장 큰 웹 망원경은 우주 공간에서 50차례의 주요 전개와 178차례의 방출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정확히 순서에 따라 이뤄져야 해 우주 배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그 기간이 무려 29일에 달한다. 화성 탐사선이 화성 대기에 진입해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을 '공포의 7분'으로 부르는데, 웹 망원경 배치와 비교하면 찰나인 셈이다.




◇ 발사부터 우주공간 첫 배치까지 = 웹 망원경은 아리안5호 로켓에 실려 내달 18일 오전 7시20분(미국 동부시각)에 발사된다. 발사 206초 뒤 120㎞ 상공에서 본체를 덮고있던 페어링이 떨어져 나가면서 웹 망원경은 우주 공간에 처음으로 노출되고, 약 28분 뒤에는 로켓과도 분리된다.
이 과정까지는 다른 위성 발사 때와 같은 것으로 별문제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켓과 분리된 웹 망원경은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I) 지상팀이 통제권을 이어받아 단일 미션으로는 가장 복잡한 우주배치 절차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는 하나라도 잘못되면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 웹 망원경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려 300개가 넘는다.
웹 망원경은 우선 발사 31~33분 사이에 태양전지 배열기를 펼쳐 2㎾ 가까운 전력을 공급해 배터리 사용을 줄이고, 심우주망(DSN)을 통해 지구와 교신할 수 있는 안테나를 전개한다.
발사 12시간30분 뒤에는 최종 목표 궤도로 향하도록 조정하기 위해 추력 장치를 처음 가동한다.
웹 망원경은 발사 이틀 반나절 만에 달을 지나, 아폴로 시대 우주비행사들이 달 궤도에 도착한 것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을 하게 된다.





◇ 우주공간서 펼친 테니스코트 크기 태양서 방패막 = 일반 위성을 뛰어넘는 웹 망원경의 대형 전개는 발사 사흘 뒤 태양 방패막 고정틀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 뒤의 틀을 펼치는 데만 약 5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방패막 고정틀에 이어 발사 사흘 뒤에는 기둥을 세워 주경과 기타 장비를 위성 본체(spacecraft bus)로부터 분리함으로써 태양 방패막과 주경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이 기둥은 위성 본체의 진동과 전도열로부터 망원경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태양 방패막은 발사 닷새 뒤에 전개된다.
우선 발사과정에서 태양 방패막을 보호한 특수 커버를 벗겨내고, 5겹의 방패막을 고정하고 있던 107개의 핀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 핀이 성공적으로 제거돼야 방패막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펼칠 수 있다. 태양 방패막이 펼쳐지면 특수도르래와 모터 시스템을 이용해 팽팽하게 잡아당기게 되는데 발사 8∼9일 사이에 마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태양 방패막은 21×14m로 테니스 코트 크기에 달한다. 두께는 첫 번째 방패막이 0.005㎝, 나머지는 0.0025㎝로 태양열과 빛을 반사해 웹 망원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태양을 향한 쪽은 화씨 230도(383K)에 달하지만 반대쪽 심우주를 향한 면은 영하 394도(36K)에 이른다.
적외선으로 관측하는 웹 망원경으로서는 최대한 낮게 온도를 유지해야 해 태양 방패막은 주경 못지않은 핵심 장치로 여겨지고 있다.



◇ 육각형 거울 18개 이어붙인 금 코팅 주경 = 태양 방패막이 성공적으로 펼쳐지면 과학 장비의 열을 식혀주기 위해 주경 뒤의 특수 라디에이터가 전개되고 발사 열흘째에 망원경 배치가 시작된다.
우선 '부경'(secondary mirror)을 지탱하는 삼각대를 펼쳐 고정한 뒤 발사 12일째에 18개의 육각형 거울을 벌집처럼 이어붙인 주경 설치로 이어진다. 주경은 양쪽으로 3개씩 접힌 거울을 펼쳐 고정하는데 발사 13일째에 일단 대형 전개는 모두 마무리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이후 열흘에 걸쳐 18개의 거울을 발사할 때 위치에서 탐사 모드로 조정하기 위한 다단계 절차가 진행된다. 금 코팅 베릴륨 반사경은 뒷면에 있는 126개의 초정밀 구동장치가 있어 위치와 각도 등을 미세하게 조정하는데 이 과정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웹 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목표 공간인 지구와 태양의 제2라그랑주점(L2)에 진입하기 위해 발사 29일째 추력 장치를 다시 가동하는 데, 이것으로 역대 가장 복잡한 우주 배치를 완료하게 된다. 이 공간은 태양과 지구가 일직선에 놓이면서 중력이 0이 돼 웹 망원경이 정지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태양과 지구에 대해 늘 같은 방위를 유지해 우주망원경 배치에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웹 망원경은 이곳에서 약 138억년 전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형성된 1세대 은하의 빛을 관측하고 생명체 흔적을 갖고 있을 수 있는 인근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등 우주를 더 멀리, 더 깊이 들여다보며 현재 망원경이 관측 한계로 남긴 숙제를 풀게 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 전개 과정 애니메이션 [NASA 제공]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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