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프랑스 과격시위 주도한 TLP와 과격시위 중단 조건 합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반(反) 프랑스 과격시위를 주도한 이슬람 극우 조직에 대해 불법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하고, 앞으로 주류 정치에 참여하라고 손을 내밀었다.
8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더 큰 국익을 위한 조치'라며 이슬람 극우 조직 테흐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TLP)을 합법화하고, 해당 조직 최고 지도자를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TLP 최고 지도자 사드 리즈비는 올해 4월 주파키스탄 프랑스 대사에 대한 추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도발했다가 체포됐다.
TLP는 작년 말부터 파키스탄에서 반프랑스 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시위는 프랑스에서 공개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만화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옹호 발언 등으로 촉발됐다.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는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했다가 지난해 10월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18세 청년에 의해 살해됐다.
이 사건에 대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슬람이 위기에 빠졌다고 평가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은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2천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이다.
신성 모독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이나 종신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기도 전에 성난 주민들이 신성 모독 피의자를 총살, 집단 구타해 죽이거나 불에 태워 죽이기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TLP 지지자들은 수천 명씩 고속도로,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폭력 시위를 반복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올해 4월 TLP 최고 지도자 체포와 함께 해당 단체를 불법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폭력시위가 이어지자 지난달 말 TLP 지도부와 현지 정부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동안 시위대와 경찰관 수백 명이 다쳤고, 경찰관 3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었다.
TLP는 최고 지도자 석방과 불법단체 지정 해제의 대가로 더는 폭력시위를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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