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3대 중 1대 방공망 뚫어"…총리 관저 '명중'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라크 내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그린존'(Green Zone)의 핵심 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그린존은 바그다드에서 정부청사와 미국대사관 등 외국공관이 밀집한 곳으로, 고도의 보안 지역이다.
그린존이란 용어 자체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의 고도 경비 지역을 이르는 말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외곽은 높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였고 출입구에서는 강도 높은 검문이 이뤄진다.
그린존에는 방공요격체계(C-RAM)도 구축돼 있어 로켓포 공격도 상당 부분 방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간 그린존을 겨냥한 공격은 로켓이나 드론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로켓 공격은 번번이 방공시스템에 막혀 핵심 시설을 타격하지 못했다.
지난 7월 8일 그린존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이 두 발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 이 중 한 발은 요격됐고, 다른 한발은 그린존 주변에 떨어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그린존을 향해 카추샤 로켓 7발이 발사됐지만, 이중 한발이 미 대사관에서 600m 거리에 떨어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7일(현지시간) 발생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 암살 시도는 달랐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총리 관저는 그린존 내에 위치했지만, 무인기 공격에 타격을 입었다.
이라크 정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피습 총리 관저의 출입문과 창문이 완전히 부서졌다.
관저 마당에 주차된 승합차는 완전히 불에 탔다. 2ℓ 패트병 크기의 불발탄도 발견됐다.
다행히 알카드히미 총리는 무사했지만, 보안 요원 7명이 부상했다.
국영 INA 통신은 이번 공격에 무인기 3대가 사용됐으며, 이 가운데 2대는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이 드론들은 바그다드 시내 티그리스강을 가로지르는 '공화국 다리' 인근에서 이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공격의 주체 또는 배후를 주장하는 조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서방 언론은 이번 공격이 최근 총선에서 의석을 다수 잃은 친이란 세력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19년 전 미국의 사담 후세인 제거 작전 이후 처음 있는 이라크 지도자에 대한 살해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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