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인권·국제기구에서 경력 쌓아…"노동과 인권은 불가분"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국제노동기구(ILO)가 설립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200년을 향해 가는 기구로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죠. 여성과 노동 문제가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한국 여성이 그 리더십을 보여줄 적절한 시기라고 봅니다."
ILO 본부가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7일(현지시간) 만난 강경화 전 외교장관은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이같이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지난달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ILO 사무총장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가 당선될 경우 아시아 출신은 물론, 여성으로서도 첫 ILO 사무총장이 된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는 그가 노동 문제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판무관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부조정관, 유엔 사무총장 인수위원장과 정책특보 등을 역임하는 등 주로 국제기구와 인권 분야에서 근무했다.
더군다나 선거에는 현 ILO 사무차장(호주)과 전 프랑스 노동부 장관, 국제사용자기구(IOE) 이사(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노동 경험이 많은 후보들이 나와 강 전 장관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강 전 장관은 "ILO는 OHCHR과 이주 노동자와 여성, 장애인 같은 취약 계층의 노동 문제 등 많은 부문에서 협력과 협업을 많이 한다"며 노동과 인권은 분리될 수 없는 기본 가치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그는 유엔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해 강점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ILO나 노동계 내부가 아닌 더 폭넓은 유엔 시스템에서의 경험, 국제 사회에서 점점 더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견국 한국의 외교장관으로서 했던 경험이 새로운 시각과 리더십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ILO 사무총장이 되면 화두로 "더 나은 새로운 정상을 향하여"(toward better new normal)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노동 시간과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해 새로운 고용 형태가 생기는 등 노동 분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노동 취약 계층이 ILO의 보호 틀 안에 들어오도록 하고, 디지털 분야에서 더 많은 형태의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에서 리셉션을 열고 각국 대표부 관계자들을 만난 강 전 장관은 11일까지 스위스 등 유럽에서 대면 선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노·사·정 3자 기구인 ILO는 28개국 정부 대표,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 각각 14명 등 56명이 참여하는 이사회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로 사무총장을 뽑으며, 이번 선거는 내년 3월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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