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억년 전 다른 동물 껍데기 안 새예동물 화석 발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소라게는 고동류 껍데기를 집으로 이용해 연약한 복부를 보호하는데, 이런 독특한 생태가 소라게만의 것이 아니라 초기 생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이미 등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이한 모양 때문에 '음경 벌레'로도 알려진 새예동물(Priapulida)이 다른 동물의 껍데기 속에서 생활한 것이 소라게 조상보다 훨씬 이전의 화석 증거로 드러난 것이다.
영국 더럼대학교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윈난대학 고생물학자 장시광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썩어서 사라지기 쉬운 연한 조직까지 잘 보존된 윈난성 관산의 약 5억1천만년 전 지층에서 엑시미프리아풀루스(Eximipriapulus)속 새예동물이 멸종한 히올리스(hyolith)라는 촉수 생물의 원뿔형 껍데기 안에 들어있는 화석 4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동물이 "똑같은 종류의 껍데기 안에 같은 방향과 자세로 편안하게 들어가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면서 캄브리아기에 포식자가 많고 공격적이어서 새예동물이 다른 동물의 빈 껍데기를 피난처로 삼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논문 공동자인 더럼대학 고생물학자 마틴 스미스 박사는 "껍데기의 크기는 안의 새예동물과 거의 딱 맞았으며, 입을 밖으로 내놓고 있는 등 방향도 똑같았다"면서 "타당한 유일한 설명은 이 껍데기가 집이란 것밖에 없었으며, 이는 진짜로 놀라운 결과였다"고 했다.
당시는 초기 생물이 출현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해초나 해파리 이상으로 진화한 생물은 없었던 때인데, 다른 동물의 껍데기를 보호막으로 포식자를 피해야 할 만큼 복잡하고 위험한 생태계를 나타내는 증거를 보게 된 것이 예상 밖이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동물진화 초기 단계에서 포식자의 존재가 생태계와 동물의 행동을 결정짓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른 동물의 껍데기 속에서 생활하는 생태는 현존하는 20종의 새예동물이나 옛 화석에서 확인된 적은 없으며, '중생대 해양 혁명' 이전 생물에게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약 2억4천만년 전 껍데기를 가진 생물을 잡아먹는 해양 포식자들의 사냥 기술이 발전하면서 진화 경쟁을 촉발하는 중생대 해양 혁명이 시작됐으며, 소라게가 출현한 것도 이때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의 동물 화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른바 '캄브리아기 대폭발' 뒤 얼마 안 돼 다른 동물의 껍데기를 피난처로 삼는 방식이 독립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진화의 빠른 속도와 유연성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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