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1%p 상승…시장금리 외 0.3%p는 '규제 탓'
금융그룹 이자 이익 급증도 대출자 반감 불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금리 인상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은행들이 지나치게 가산금리를 늘리고 우대금리를 깎고 있다는 지적인데, 최근 금리 결정 구조를 살펴보면 실제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 은행 대출금리 하루 0.2%p 뛰기도…주담대 최고 5%대 중반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가계대출 총량이 줄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날 오전까지 8천700여명이 이 글에 동의했다.
실제 최근 대출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4% 수준이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두 달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 0.62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 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2.92∼4.42%에서 3.97∼5.377%로 올랐다. 두 달 새 최저 금리가 1.05%포인트, 최고 금리가 0.957%포인트 등 약 1%포인트 뛰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35∼4.68%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8월 말(3.02∼4.17%)보다 하단이 0.33%포인트, 상단이 0.51%포인트 높아졌다.
심지어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지난달 31일 3.47∼4.47%에서 이달 1일 3.68∼4.68%로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오를 만큼 상승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
◇ 2개월새 1%p↑…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내리고
은행 대출금리 급등 요인을 나눠보면, 가장 큰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과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월 말 1.891%에서 10월 말 2.656%로 약 두 달 새 0.765%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같은 기간 1.253%에서 1.743%로 0.49%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신규 코픽스도 현재 1.16%로, 8월 말 적용된 신규 코픽스(7월 기준 0.95%)보다 0.2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폭이 모두 지표금리 상승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2개월 새 지표 금리의 상승 폭은 아무리 커봐야 약 0.7%포인트 정도인데, 같은 기간 실제 대출금리는 1%포인트나 올랐기 때문이다.
나머지 상승분 0.3%p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 은행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인 탓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들의 우대금리를 0.3%포인트씩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NH직장인대출V'의 우대금리가 최대 0.5%에서 0.2%로, '올원직장인대출'·'올원마이너스 대출'의 우대금리가 0.4%에서 0.2%로 줄었다.
NH농협은행은 앞서 지난달 22일 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거래실적 관련 우대금리(최대 0.3%포인트)를 일제히 폐지한 바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폭을 0.5%에서 0.3%로 0.2%포인트 깎았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 대출의 우대금리(최대 0.3%)는 아예 없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9월 3∼16일 불과 약 열흘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아 실제 적용 금리를 0.3%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 5대 금융그룹 최대 이익…가계대출 급증·규제에 이자마진 커져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대출 급증으로 금융그룹과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사실도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역대급 실적의 가장 큰 요인은 여신(대출) 확대와 이에 따른 이자 이익 급증이다.
3분기 말 현재 원화대출금을 보면 KB국민은행(311조8천억원), 하나은행(254조3천520억원), 우리은행(258조1천억원), NH농협은행(252조4천516억원)에서 올해 들어 작년 말보다 각각 5.5%, 6.3%, 6.9%, 6.4% 늘었다.
여신 규모 자체가 불었을 뿐 아니라, 시장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우대금리 축소 등의 영향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도 커졌다.
예를 들어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각각 1.83%, 1.58%로 작년 3분기(1.73%, 1.49%)보다 0.1%포인트(p), 0.09%포인트 높아졌다. 다른 금융그룹 추세도 대체로 비슷하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의 올해 3분기까지 이자 이익은 ▲ KB 8조2천554억원 ▲ 하나 4조9천941억원 ▲ 우리 5조890억원 ▲ NH농협 6조3천13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15.3%, 14.9%, 5.9%씩 불어난 규모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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