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존재감을 드러낸 가운데 유명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트럼프 흉내를 내는 신예 코미디언이 등장해 방송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AP통신과 '벌처'(Vulture) 등 미국 연예매체 등에 따르면 32살의 젊은 코미디언 제임스 오스틴 존슨은 지난 주말 SNL에 트럼프로 첫 출연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호평을 받았다.
존슨은 빨간 넥타이와 특유의 '접은' 머리를 한 트럼프로 분장하고선 최근 버지니아 주지사로 당선된 공화당 정치인 글렌 영킨과 선거 결과를 논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존슨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 시절 악명 높았던 '아무말 대잔치'식 화법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트럼프는 준비된 원고를 읽다 말고 즉흥적으로 엉뚱한 화두를 꺼내는 연설 방식으로 유명했다.
일례로 그는 2017년 앨라배마에서 연설 도중 갑자기 NFL(북미 프로미식축구 리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해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었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쇼에선 트럼프가 참고할 수 있도록 발언 키워드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스타워즈', '듄', '크리스 퓨렛', '산타클로스' 등 정치와는 무관한 엉뚱한 단어가 이어졌지만 존슨은 능청스럽게 이 단어들을 교묘하게 엮어가며 트럼프의 '의식의 흐름'식 헛소리를 흉내 냈다.
벌처와 '더랩'(TheWrap) 등 연예매체는 "존슨이 트럼프의 억양과 특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쇼를 '훔쳤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존슨은 작년 대선 직후 그만둔 전임 트럼프 담당 알렉 볼드윈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뜩이나 볼드윈은 최근 영화 촬영장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인해 당분간 SNL 출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존슨은 1년 전부터 트럼프를 묘사하는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의 연설 장면에 목소리만 삽입해 트럼프가 만화 캐릭터 '스쿠비 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만든 동영상은 트위터에 오른 이후 1년간 240만 뷰를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를 연기하는 신예 연기자의 등장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존슨이 인기를 끌면 트럼프가 그에 몰린 관심에 편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공화당원 중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등 '트럼프주의'(Trumpism)가 힘을 얻고 있으며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기도 했다.
'더 애틀랜틱'의 메간 가버 기자는 "SNL은 오랫동안 트럼프를 웃음의 대상으로서 좋아했지만 그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했다"라며 "최근 에피소드는 쇼가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고도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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