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내전 끝낼 기회의 작은 창…시간이 없다"(종합)

입력 2021-11-10 03:10  

"에티오피아 내전 끝낼 기회의 작은 창…시간이 없다"(종합)
오바산조 AU 특사 "정부-반군 지도자, 정치적 해결 필요성에 동의"
미국 특사도 동분서주…에티오피아는 유엔 직원 등 9명 구금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작은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아프리카연합(AU) 특사와 미국 측이 밝혔다.
그러나 사태 해결을 위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유엔은 경고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올루세군 오바산조 AU '아프리카 뿔(에티오피아를 포함한 대륙 북동부)' 지역 특사는 8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연결해서 한 원격 화상 연설에서 자신이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와 반군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지도자를 둘 다 만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바산조 특사는 양측 모두가 "개인적으로 자신들 사이의 차이가 정치적인 것으로서,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요구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내전이 북부 지역 티그라이에서 인접한 암하라와 아파르 지역까지 지난 8월 초부터 확대된 가운데 전직 나이지리아 대통령인 그는 9일 자신이 암하라와 아파르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이들 지역에서 외부 지역 군인들의 철수와 인도주의 접근을 유지하는 데 대한 의견을 현지 지도자들과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주말까지 우리는 인도주의 및 철수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가진 기회의 창이 너무 작고 시간도 짧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대한 미국 특사인 제프리 펠트만도 지난 5일 아비 총리를 만나고 이웃 국가 케냐로 가 지역 안정 대책을 논의한 다음 8일 다시 에티오피아로 와서 평화 중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인 네드 프라이스도 "우리는 작은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고 믿는다"라면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펠트만 특사가 오바산조 특사와 9일 밤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엔주재 에티오피아 대사는 "대화와 정치적 해결을 위한 우리의 길이 직선으로 뚫리거나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자신들은 수도로 진격하는 TPLF 등 반군을 막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TPLF는 다른 지역 반군 오로모 해방군(OLA)과 함께 수도 북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내 진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비해 에티오피아 정부는 6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도에서 대규모 친정부 시위를 동원하는 한편 티그라이 출신에 대해서는 의료진이나 종교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대변인은 9일 아디스아바바에서 유엔 직원 등 최소 9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유엔 보안 관리들은 구금된 직원을 방문했고 유엔은 에티오피아 외교부에 즉각 석방을 요청했다.
TPLF는 티그라이 지역으로 가는 인도주의 구호물품마저 차단하는 정부군의 봉쇄망을 뚫기 위해서 군사작전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 사무차장도 유엔 안보리 브리핑에서 티그라이 갈등과 관련, 특정 종족을 겨냥한 증오와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더 큰 내전으로 확전할 위험이 "너무나 실제적"이라고 경고했다.

에티오피아 인구는 1억1천만으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많다. 90개 종족에 80개 언어가 있어 나라가 갈가리 찢기면 주변국까지 인도주의 재앙이 될 우려가 크다.
내전 와중에 티그라이 서부를 원래 자기네 땅이라고 차지한 암하라 주는 지역 내에서 강제 징집을 하고 불응해 달아나는 주민을 사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티그라이 반군과 앙숙관계에 있어 에티오피아 정부군을 지원한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의 부대가 아직도 에티오피아 영토 내에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일 언론 성명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즉각적인 교전 금지를 촉구했다.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 대사는 AU의 중재 노력을 지지하면서 에티오피아의 주권 존중 입장에서 현 사태를 당사자들이 역내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구 집권세력인 티그라이와 2018년 집권한 아비 현 총리가 권력 다툼을 벌이면서 촉발된 티그라이 내전이 1년을 막 넘긴 가운데 수천 명이 사망하고 250만 명 이상이 피란민 신세로 전락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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