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년 역사 GE, 최대기업서 금융위기 후 추락…"집중과 전략적 유연성 기대"
(서울·뉴욕=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강건택 특파원 = 전통의 다국적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에 주력하는 3개 기업으로 쪼개진다.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재생에너지와 전력, 디지털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한다고 이날 밝혔다.
항공 부문은 계속 'GE'라는 사명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 19.9%를 유지할 계획이다.
GE의 최고경영자(CEO) 로런스 컬프 주니어는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3개 기업을 설립, 각각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부터 GE를 이끌어온 컬프 CEO는 항공 부문을 계속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맡는다.
회사는 분사 과정에서 약 20억 달러의 일회성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3개 기업으로의 분사 결정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00년대 후반 GE를 공동 창업한 이후 흥망성쇠를 거듭한 지 129년 만에 나왔다.
가전과 제트기 엔진, 동력터빈 부문에서 선두를 달린 이 회사는 1980년대 잭 웰치 CEO의 지휘 아래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방송업에도 뛰어든 GE는 2000년대 초까지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잘 나가던 GE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금융 부문이 크게 휘청거리면서 다시는 정상의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쇠락 일로를 걸은 것이다.
1896년에 처음 만들어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의 '원년 멤버'였던 GE는 2018년 다우 지수에서 퇴출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생명과학기업 다나허를 이끌던 컬프가 2018년 GE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 CEO로 임명돼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여러 영업부문을 매각하거나 분사시키며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부채를 이유로 GE의 앞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GE 주가는 연평균 2%씩 하락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지수가 같은 기간 연평균 9%씩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008년 1천800억 달러가 넘었던 GE의 매출액은 지난해 796억 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 12개월간 GE 주가는 55% 치솟으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분사 발표 후에는 뉴욕증시에서 장중 한때 7%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GE는 최근 항공파이낸싱 부문을 매각하면서 받은 돈을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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