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칩 투자, 첨단칩의 6분의 1…2024년까지 공급부족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심각한 '전통 칩'(legacy chip) 공급 부족 사태가 자동차에서 가전제품까지 수많은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으나 반도체 업계의 자본투자는 여전히 첨단칩에 집중되고 있어 공급 부족 사태가 202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 세계 반도체 생산업계가 올해 자본지출을 1천46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33%, 2019년보다는 50% 늘렸으나 사상 최장기 공급 부족에 직면한 전통칩에 대한 투자는 전체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통칩 투자가 적은 것은 하나에 몇 달러에 팔리는 전통칩이 비용이 적게 드는 구식 기술과 장비로 제조되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반도체 업계가 적은 이익과 수요 감소 위험을 고려해 전통칩 투자에 몸을 사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전통칩에 대한 투자 부족은 세계 전통칩 공급이 2024년까지 예상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보통 내부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크기에 따라 첨단칩과 전통칩으로 나뉜다.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을수록 첨단기술이 사용되고 실리콘 웨이퍼 하나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도 늘어난다.
전통칩은 보통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공정으로 제작되며 기능이 비교적 단순해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주로 사용된다. 가격도 한 자릿수 나노미터 첨단공정으로 만드는 첨단칩보다 훨씬 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첨단칩 제작에 사용되는 5㎚ 웨이퍼의 경우 올해 가격이 한 장에 1만7천 달러 선인 반면 28㎚ 웨이퍼는 약 3천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현재 장기간 공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 첨단칩이 아니라 전통칩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수익과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인 첨단칩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전통칩 생산업체들은 공장 하나 세우는 데 최대 200억 달러가 드는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어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반도체 업계 전체 자본투자의 60%를 차지하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은 투자액 대부분을 공급에 여유가 있는 첨단칩 생산 능력을 확대에 투입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의 공장 신설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 역시 차세대 첨단칩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6월 반도체 연구·생산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안을 승인했으나 전통칩 부문에 할당된 것은 20억 달러에 불과하다.
대만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데일 가이 연구이사는 전통칩 제조업체들은 새 공장을 지어 수년 후 가동할 때쯤이면 현재와 같은 수요가 없을 수 있어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주저한다며 "(기업 입장에서) 공급과잉은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저널은 반도체 업계의 내일에 대한 투자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현재와 같은 반도체 업계의 투자 방향은 전통칩 공급부족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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