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 러렌트 "영화 제작해 스토리텔링 강화 희망"
"한국 e스포츠 시장은 메카…한국내 개발자 스튜디오 마련 원해"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게임 사업을 충분히 했으니 (이제)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진출해야겠다는 식의 접근이 아닙니다."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의 니콜로 러렌트 최고경영자(CEO)는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의 세계관에 바탕을 둔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ARCANE)을 제작한 목적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9일 강조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사업 다각화를 하려는 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러렌트 CEO는 이날 연합뉴스와 진행한 비대면 화상 인터뷰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게임 콘텐츠를 가져와서 트렌드의 중심에 게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한 활동을 계기로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투자는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아케인은 흥행에도 성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케인은 공개 다음날인 8일(미국 현지 시간) 넷플릭스 최고 TV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에서는 3위에 올랐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첫째 조건은 좋은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좋은 환경의 e스포츠 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다면 게임 경험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게임을 더 좋은 게임으로 만드는 요소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선택은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앞으로 영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야기를 강화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 콘텐츠 제작 제안서를 제출해 자금을 확보하고 수익 분배를 논의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제작 자유권과 재무적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러렌트 CEO는 "아케인을 전적으로 자체 예산으로 제작한 뒤 OTT 플랫폼을 찾아간 결과 창작과 재정 부문에 대한 권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며 "스토리 전개 속도에 의문이 들었을 때 제작을 중단하고 스토리를 재정비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전했다.
러렌트 CEO는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구'라고 표현한 적 있는데 한국 e스포츠 시장은 메카와도 같다"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e스포츠 팀들과 협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게임 시장 분석을 위해 한국에 6개월간 머문 적 있으며 이후로도 20차례 가량 한국을 방문하는 등 우리나라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러렌트 CEO는 "올해부터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LoL 한국 대회)를 프랜차이즈화해 운영하고 있어서 해나갈 일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며 "새 게임을 계속 출시하고 새 리그도 만들어야 하지만 미래의 개발 스튜디오도 한국에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의적인 이들이 많아 좋은 게임이 다양하게 개발됐고 오징어게임 등 좋은 영화나 TV 시리즈도 많다"면서도 "한국 게임 플레이어들의 안목이 굉장히 높아 다른 지역 시장과 비교해 제품 만족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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