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2천채 중 200채 파괴…영국 "로힝야 학살 전조와 닮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포격 및 방화로 많은 건물이 파괴된 미얀마 서부 지역의 위성사진이 공개돼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 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일 미얀마 서부 친주 소도시인 딴틀랑에 대한 위성 비교 사진을 공개했다.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6일 찍은 사진을 보면 곳곳이 파괴된 흔적이 역력하다.
건물이 있었던 터만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방송이 약 1년전인 지난해 11월 찍힌 것이라며 나란히 올린 구글어스 사진을 보면 포격과 방화로 이 지역이 훼손된 정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지난달 29일 딴틀랑에 포격을 가하고 방화도 저질렀다.
포격은 미얀마군 한 명이 민간인 무장세력인 친주 시민방위군(CDF)에 사살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군은 포탄 10발가량을 딴틀랑에 발사했고, 이후 병사들이 진입해 아무 이유 없이 집들에 불을 질렀다고 CDF 대변인이 미얀마 나우에 전했다.
불은 다음날인 30일 오전까지 이어지면서 2천 채 가량의 집과 건물 중 약 200채가 불에 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포격 당시 딴틀랑에는 주민이 거의 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군의 공격이 잇따르면서 8천명에 달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집을 떠나 인도 접경 인근에 있는 마을에 대피했거나, 아예 국경을 넘어 인도 미조람주로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미얀마군의 포격 및 방화와 관련,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반인도적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도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에 미얀마 군부에 책임을 묻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영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딴틀랑 포격·방화 등을 포함한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안전보장이사회를 요청했다.
영국의 주유엔 부(副)대사인 제임스 카리우키는 취재진과 만나 "영국은 미얀마 북서부 지역에서의 군사행동 증가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어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상황이 4년 전 미얀마 라카인 지역에서 로힝야족을 상대로 자행된 잔혹 행위에 앞서 우리가 본 움직임과 아주 닮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로힝야족 일부가 종교 탄압 등에 반발해 경찰 초소를 습격한 이후 정부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이 전개됐다.
당시 정부군은 도처에서 성폭행, 학살, 방화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수천 명이 숨지는 한편 7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미얀마군은 문민정부가 압승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반군부 저항세력을 유혈 탄압해오고 있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 폭력에 숨진 이는 1천25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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