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의료진 월급 유엔이 준다…"경제 유동성 공급"

입력 2021-11-10 17:27  

아프간 의료진 월급 유엔이 준다…"경제 유동성 공급"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엔이 아프가니스탄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직접 월급을 줌으로써 붕괴 위기에 놓인 아프간 경제에 산소호흡기를 다는 실험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달 아프간 의료 종사자 2만3천500 명에게 아프간 보건부를 거치지 않고 800만 달러(약 94억4천400만 원) 상당의 급료를 지불했다.
기아선상에 놓인 수백만 주민에게 보건과 교육 서비스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하고, 의료진에 대한 급료 형태로 아프간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UNDP는 보건구호기구 세계기금(Global Fund)과 손잡고 올해 8월 탈레반의 친서방 정부 축출로 중단된 세계은행 지원 프로그램의 빈자리를 메우려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기금은 1천500만 달러를 제공했고, 이 가운데 800만 달러가 아프간 의료진의 급여로 지출됐다.
나머지는 대부분 기초적 의료 장비와 필수 의약품 및 기자재를 제공하는 데 쓰였다.
카니 위그나라야 UNDP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국장은 "누군가는 개입해야 한다"며 "아프간에서는 지금 보건 시스템만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도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의 약 2천200개 시설에서 일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은 지급받은 돈을 은행에 예치했으며, 오지에서 일하는 다른 2천500 명의 보건 업무 종사자들도 조만간 현찰을 지급받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위그나라야 씨는 "이번 일로 의료계 종사자의 가족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의료진에 대한 급여 지급을 맡게 되며, 이 기간 유엔은 세계은행과 아프간 지원 프로그램을 재개하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런 조처가 없다면 아프간에 있는 모든 의사와 간호사, 기술자들이 아프간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집권 이후 현지 은행들은 미국 달러화 공급이 끊기면서 애로를 겪고 있고, 해외의 아프간 자산도 모두 동결됐다.
아프간에 개발원조 자금을 제공하던 기관 및 단체들도 유엔 및 서방국들의 제재를 피하려고 원조를 중지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급료가 지급되면서 몇몇 은행이 다시 문을 열었다고 위그나라야 씨는 밝혔다.
그녀는 "지역 경제 활동이 시작되면 주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거나 맡기게 되고, 그러면 은행 지점들이 다시 문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유엔은 앞으로도 몇 달간 은행 시스템과 금융서비스 제공자들을 활용해 아프간에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며, 미국 달러화를 직접 공급할 필요가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위그나라야 씨는 밝혔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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