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정부 운영 여행사가 난민 상대 EU행 망명패키지 판매"

입력 2021-11-11 05:48  

"벨라루스 정부 운영 여행사가 난민 상대 EU행 망명패키지 판매"
독일언론 보도……EU, 국경보호 기반시설 검토
알렉시예비치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4명 "벨라루스, 난민을 인질로 활용"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벨라루스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사가 유럽연합(EU) 행을 원하는 난민들을 상대로 거액을 받고 망명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EU는 자체 재원으로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기반시설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며, 폴란드의 국경을 지키기 위한 회원국들의 연대를 약속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포쿠스온라인에 따르면 벨라루스 정부가 운영하는 최대 여행사인 센트르쿠어오르트(Centrkurort)는 난민들을 상대로 벨라루스행 항공권과 폴란드 국경까지 안내서비스를 묶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라크 출신 난민들을 주력으로 했지만, 이제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난민들을 벨라루스의 수도인 민스크로 실어나르고 있다.
폴란드 당국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1천만달러=118억원)를 벌어들이고 있고, 이중 상당 부분은 센트르쿠어오르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민스크에 도착한 난민들은 1인당 5천유로(약 682만원)를 내면 조직적으로 안내를 받아 폴란드 국경으로 보내진다.
벨라루스 항공사인 벨라비아는 민스크로 항공편을 급격히 늘렸다. 터키의 터키항공과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 소규모 저가항공사를 통해서 하루 천여 명의 난민이 민스크에 도착하고 있다고 포커스 온라인은 전했다.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EU 국경을 지키기 위한 EU 회원국들의 연대 의사를 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이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돼 기쁘다"면서 "이제 말에 행동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셸 의장은 EU 국경에 장벽·울타리를 건설해야 한다는 폴란드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요구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EU 국경 보호를 위해 물리적인 기반시설을 EU 재원으로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제안을 제출하는 것은 이제 EU 집행위에 달렸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재원을 사용한 장벽이나 울타리, 가시철조망 건설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었다.
미셸 의장은 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EU 정상들 간 영상회의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EU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난민을 벨라루스로 실어나르는 항공사와 여행사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난민문제를 담당하는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난민들의 출신국가와 환승국가를 차례로 방문해 벨라루스로 난민들을 보내지 말라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와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 작가, 독일 헤르타 뮐러 작가, 폴란드 올가 토카르쿠츠 작가 등 4명은 이날 EU 정상회의와 유럽의회에 보내는 호소문에서 "벨라루스가 난민들을 인질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루카셴코 정부가 제어하는 여행사들이 절망한 사람들에게 큰돈을 내면 EU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민스크로 유인해 숲으로 데려와 강제로 폴란드로 내몰고 있다"면서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다시 이들을 폭력적으로 벨라루스로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사망 사례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망자는 이름을 알고, 일부는 모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그러면서, "폴란드 국경의 난민들에 대해 제네바 난민협약을 지키고, 특히 EU 국경 동쪽에 붙들려 있으면서 망명 요청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망명 절차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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