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에티오피아 당국이 내전이 악화하고 있는 티그라이 지역의 주요 인사와 유엔 구호물자를 운송하는 트럭 운전기사 등 70여 명을 체포, 구금했다고 유엔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A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당국은 최근 티그라이 지역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성직자 등을 체포했으며 지난 3일부터 티그라이로 가는 관문인 세메라시에서 유엔 등과 계약을 맺고 구호물자를 운송하는 트럭 운전기사 70여 명을 체포했다.
현지 라이언뱅크의 대니얼 데케스테 CEO가 직원 5명과 함께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에티오피아 정교회 성직자와 직원 수십 명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체포된 운전기사는 티그라이 족을 포함한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체포된 사람들은 정부와 내전을 벌이고 있는 반군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FL)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라며 이 체포가 티그라이 민족을 표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엔은 이와 별개로 전날 현지인 직원 16명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구금됐다고 밝혔다.
구금된 직원은 모두 티그라이인이다. 레게세 정부 대변인은 AP에 이들이 업무와 무관하게 테러에 참여한 혐의로 구금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최소 9명의 유엔 직원이 에티오피아에서 구금 상태에 있으며, 유엔은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구금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지난달 18일 에티오피아군의 티그라이 공습 이후 식량, 의약품, 연료 등 구호물자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수백만 명에 대한 인도적 지원 노력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유엔은 7월 중순 이후 원조 물품을 실은 트럭 15%만이 티그라이 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주는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권담당 사무차장이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등 당국자들과 회담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유엔은 회담이 "건설적"이라고 했지만, 한편에선 유엔 직원들의 구금 사태가 벌어졌다.
유엔 측은 티그라이의 절박한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티그라이 지역의 필수 의약품 80%가 더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리피스 사무차장이 최근 티그라이 방문 당시 만난 여성들이 하루하루 생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군은 민간인을 위한 구호물자가 티그라이 군수용으로 전용될 수 있고, 인도주의 단체들이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위기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중앙정부 연방군과 반군 TPLF의 군사 충돌이 벌어져 수천 명이 죽고 난민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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