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와 '인종차별 종식'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인권유린 책임외면' 논란도
(요하네스버그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박의래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이자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프레데리크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5세.
보도에 따르면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재단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폐암 투병을 하던 클레르크 전 대통령이 이른 아침 케이프타운의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1989년 백인 정권 당시 제10대 남아공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듬해 27년 동안 복역 중인 넬슨 만델라를 전격적으로 석방하고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비롯한 여러 정당을 합법화하는 등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 정책을 폐지했다.
1993년 남아공 민주화를 이뤄낸 공로로 만델라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된 만델라 대통령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폐의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암인 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1936년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고인은 네덜란드계 토착 백인인 아프리카너의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법학을 공부해 1972년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여러 장관직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그는 1994년 남아공 사상 첫 다인종 민주 선거에서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자 제2 부통령이 됐다.
그러나 만델라 정부에서 자신이 소외되고 조언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1996년 과거 소수 백인 집권 정당인 국민당과 함께 정권에서 이탈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운영하며 집권 ANC의 부패 등을 비판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해 부당하고 압제적이었다고 사과했으나, 자신이 집권하던 시절 저질러진 흑인 운동가 살해 등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몰랐다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러 흑인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다른 한편으로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남아공 백인 우파 사이에서도 민족을 배신한 인물이라고 비난받았다.
역시 남아공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는 그러나 그가 아파르트헤이틀 종식한 데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마지막 트렉:새로운 시작' 제하의 자서전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옛 소련이 붕괴한 것이 인종차별 정책 전환의 한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수십 년간 남아공 소수 백인 정권을 두렵게 하던 '붉은 공산주의 망령'이 사라져 이전보다 더 폭넓은 결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2013년 별세한 만델라와는 당초 민주주의 이양기에 격한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했으나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의 1997년 정계 은퇴 이후 서로 우정을 유지했다.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던 해만 해도 정치 폭력으로 3천여 명이 숨졌으나 남아공인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다른 길이 없다면서 민주화의 길을 그대로 갔다. 이 때문에 '정치적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또 사실상 핵보유국이던 남아공이 흑인 민주화 정권 이양 전에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조치했다.
두 번 결혼했으며 세 자녀와 손주들을 뒀다.
sungjin@yna.co.kr,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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