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으로 약간 완화됐을 수 있지만 본질적 갈등은 계속 존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기후 대응과 관련해 공동선언을 깜짝 발표했지만 양국 간 계속되는 경쟁은 향후 기후협력 확대를 방해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어쩌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화상 정상회담 때문에 기후변화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부분적으로, 약간 완화됐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갈등이 분명히 존재하고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리숴(李碩) 고문은 "공동선언은 미·중이 기후대응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면서도 미·중 간 계속되는 대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추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리 고문은 "두 나라의 기후 협상에서 주된 도전은 양국 관계와 각자의 국내 정치"라며 "특히 미국에서는 의회가 과연 어느정도까지 대통령의 기후 대응 계획을 승인할 것인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현지시간)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깜짝 발표했다.
공동선언은 다음주 중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중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인민망 등 중국 매체들에 보도된 선언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2035년까지 전력분야에서 '탄소 오염 제로'를 100% 달성한다는 목표를 확인했고,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 동안 석탄 소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그것을 가속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선언문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하고 파리기후협약 목표인 1.5도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글래스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들은 양국이 실질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에 관해선 협력할 수 있다는 희망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미·중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가이기도 하다. 1위인 중국과 2위인 미국의 배출량을 합하면 거의 40%에 달한다.
그러나 해당 공동선언에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30% 줄이겠다는 종전 목표를 강화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빠졌다고 SCMP는 지적했다.
다만, 켈리 심스 겔러거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계가 매우 안 좋은 시점에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은 양대 탄소배출 국가가 여전히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COP26 협상국들에 힘을 북돋우는 신호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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