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처럼…伊 아시시서 빈자들 만나 위로한 교황

입력 2021-11-13 04:42  

성 프란치스코처럼…伊 아시시서 빈자들 만나 위로한 교황
"빈자들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사회 불평등 인지해야할 때"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빈자의 날'을 앞둔 12일(현지시간) 성 프란치스코(1181∼1226)의 탄생지인 이탈리아 아시시를 찾아 가난한 이들을 위로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움브리아주 아시시의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에서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폴란드를 포함한 유럽 각지에서 온 빈자와 이주민·난민 등 500여 명과 함께 기도회를 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가난한 이들은 종종 성가신 존재로 여겨진다. 우리는 때때로 가난한 이들 스스로 가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면서 "이는 빈자들의 상처를 모욕하는 일일뿐더러 법·경제 제도의 불평등함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너무 오랫동안 무시된 빈자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수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불평등을 똑바로 응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굶주림과 각종 폭력에 노출된 빈곤한 아이들의 참상에 경악해야 할 시간이라고도 했다.


교황은 기도회 전 한 참석자에게서 순례자의 망토와 지팡이를 선물받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은 성 프란치스코가 생을 마감한 경당을 품은 가톨릭 성지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해온 최초의 탁발 수도회 '프란치스코회'가 창설된 곳이기도 하다.
성 프란치스코는 평생 청빈한 삶을 살며 가난하고 헐벗은 이를 보살핀 가톨릭 성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는 교황 명을 택한 것도 이러한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이어받아 소외된 이들을 위한 최고 사목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교황은 선출 직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만들고자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교황은 14일 다섯 번째 세계 빈자의 날을 기념하는 미사를 집전하고 노숙인 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가톨릭교회는 교황의 뜻에 따라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빈자의 날로 지정, 2017년부터 각종 행사를 해왔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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