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세계 최초의 해상호텔로 한때 호주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의 5성급 리조트였다가 지금은 북한 한 항구에서 다 허물어져 가는 호텔.
미국 CNN 방송이 '화려한 과거를 갖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선 녹슨 선박'이 되어버린 북한 해금강호텔의 사연을 12일(현지시간) 조명했다.
해금강호텔은 30여년 전 호주의 한 기업가가 4천500만달러(현재 가치 1억달러 이상)를 투입해 지은 7층 구조물이다. 싱가포르 조선소에서 지어 호주 타운즈빌로 이송됐다.
1988년 문을 연 '포 시즌스 배리어 리프'란 이름의 이 호텔은 방 176개에 35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호텔까지 가려면 인근 마을에서 편도 2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거나 헬리콥터를 타야 했다.
직원들은 호텔 꼭대기 층에 살았다. 천장에 빈 위스키병을 매달아 바다의 험궂은 날씨를 측정했다는 일화도 있다. 병이 심하게 흔들리는 날이면 멀미에 시달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게다가 사이클론이 강타해 호텔이 심각 타격을 입었다. 호텔 가까운 곳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탄약 투하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손님이 줄어들고 운영 비용이 치솟으면서 호텔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후 호텔은 베트남 호찌민시 인근에서 '사이공 호텔'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전과 다른 것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니라 해변에 자리 잡아 오가기도 쉬웠다. 그러나 역시 재정난을 겪으며 1998년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북한에 자리를 잡았다. 남북간 교류가 활발하던 2000년 금강산에 '해금강호텔'이란 이름으로 개장한 것이다. 운영은 현대아산이 맡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남북간 화해 분위기를 돕고 남북교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산가족 상봉의 중심지로서 분단의 슬픔을 치유해줬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또다시 난관이 닥쳤다. 2008년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됐고 해금강호텔도 문을 닫았다.
이후 호텔의 운영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구글맵에서는 금강산 지구 부두에 정박해 녹슬어가는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돌연 철거를 지시했다. 그는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돌아보며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하고 북한식으로 새로 건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모든 계획이 보류된 상태로, 계획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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