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내달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강화…법제화는 우려

입력 2021-11-14 05:55   수정 2021-11-14 10:29

게임업계, 내달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강화…법제화는 우려
학계·정치권 "업계 자정 의지 의문" vs 게임업계 "법제화시 게임시장 침체"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한혜원 기자 = 게임업계가 이용자 불매 운동이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제를 다음달부터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라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정치권에서는 업계 자율규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 가능성도 엿보인다.

◇ 아이템 강화·합성 절차도 자율규제 대상…업계 "준비 완료"
14일 게임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 정보 공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다음달 1일 시행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율규제 대상이 게임 내 상점에서 구매하거나 얻을 수 있는 '유료 아이템'에서 조합, 결합 등을 통해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합성하는 절차를 포함하는 '유료 콘텐츠'로 확대된다. 캡슐형 외에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도 대상에 포함된다.
확률 정보 표기의 경우 이용자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현행 백분율 외에 분수, 텍스트 등이 추가된다. 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됐다면 개별 확률을 이용자가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개정안이 지난 5월말 마련된 이후 6개월의 준비 기간에 투명성을 높였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믄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이후 국내 게임업체가 확률형 아이템 미준수 게임물로 적발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기준 자율규제를 3차례 어겨 외부에 공표된 게임은 미국 '도타2'(35회 공표), 핀란드 '브롤스타즈'(31회), 미국 '에이펙스 레전드'(29회), 중국 '마피아 시티'(26회) 등이며, 한국 게임은 한 차례도 위반이 공표되지 않았다.



◇ 학계 "고양이에 생선 맡기면 안돼"…게임사들 "업계 고사 우려"
그러나 학계 일부와 정치권 등에서는 자율규제 강화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것일 뿐'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확률형 아이템 모델의 사행성이 매우 높고 획득 확률이 낮은 데 반해 정보 공개는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비밀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반대하던 업계가 트럭 시위나 청와대 국민 청원 등 이용자 항의에 등 떠밀려 자율규제 강화안을 내놨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일부 게임업체가 확률을 속이고 있는 것이 밝혀져서 다른 업체들도 믿을 수 없다"며 "20년 동안 게임업계가 먼저 자정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게임업계에 수차례 자정 기회가 주어졌으나 이용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게임업계 주장대로 자율규제 준수율이 80∼90%에 달하고 게임법 개정안 수준에 준할 정도로 자율규제를 개정했다면 법제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종류별 확률의 공개 의무 등이 담긴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다음달 정기국회 기간에 공청회를 개최한 뒤 심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게임법 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뿐 아니라 다양한 규제가 포함돼 있어 게임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 '게임' 정의에서 '영상물' 관련 내용을 삭제해 법 적용 대상인 '게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는 점 ▲ 명확한 이유 없이 게임사업자에 직접적인 자료 제출이나 진술을 요구하는 점 ▲ 대부분 문화·콘텐츠 관련 법률에 '청소년'이 '18세 미만'으로 돼 있는 것과 달리 '19세 미만'으로 넓게 잡은 점 등 여러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 제도'가 실효성 논란에도 강행된 뒤 폐지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며 "법적 규제는 한번 시행되고 나면 문제가 지적되더라도 폐지에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연관된 규제가 잇따라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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