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선관위에 후보 등록 마쳐"…독재자 故 마르코스 아들, 러닝메이트로 지명
'대권 도전' 전망 와중에 이변…필리핀 정계, 대선 구도 예의주시
두테르테 측근 고 상원의원, 대선 출마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13일 로이터통신과 GMA 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라 시장의 대변인인 크리스티나 프라스코 릴로안 시장은 그가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년 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프라스코 시장은 조만간 사라가 성명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라가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 측은 그를 러닝 메이트로 지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선친인 필리핀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를 통해 정·부통령을 포함해 1만8천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관료들을 대거 선출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선거 입후보 등록을 진행했다.
사라도 이 기간에 다바오 시장직에 재출마하겠다면서 후보 등록을 마쳤었다.
그러나 사라 시장은 지난 9일 내년 다바오 시장 선거 후보 등록을 갑자기 철회했다.
필리핀은 현행 선거법상 이달 15일까지 후보 등록을 철회하고 다른 선출직 출마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라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조만간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칠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라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줄곧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것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또 최근 여성인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이 이끄는 라카스-CMD당 관계자도 "사라 시장이 당에 합류했으며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필리핀 정계는 놀라워하면서 향후 대선 구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사라를 러닝 메이트로 선언한 데 대해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의 정치학과 교수인 안토니오 라 비나는 "한마디로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 실시되는 필리핀 대선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 외에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 로날드 델라 로사 전 경찰청장 등이 후보 등록을 각각 마쳤다.
또 지난달 부통령 선거 출마 등록을 한 크리스토터 고 상원의원도 대선에 나서기 위해 이날 후보 등록을 변경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집권당인 'PDP 라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두테르테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지만 지지층이 취약하고 여론 조사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필리핀 현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후보 등록 최종 마감일인 15일에 후보 교체를 통해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GMA 뉴스 등 현지 매체는 대통령 공보 비서관인 마틴 안다나르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당초 두테르테는 내년 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가 향후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면서 지난달 2일 이를 번복한 바 있다.
bum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