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속 러-서방 동시다발 무력대치

입력 2021-11-13 18:14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속 러-서방 동시다발 무력대치
나토, 흑해서 연합해상훈련…러, 우크라 인근 병력 증강 맞서
폴란드 국경 전력 증강하자 러-벨라루스 연합훈련으로 맞대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국가인 벨라루스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 간 국경 지역 난민 위기로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벨라루스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폴란드가 속한 서방 진영 간 무력 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미국, 터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4개국 군함 7척이 전날 흑해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미 해군 6함대 기함(旗艦) 마운트 휘트니와 구축함 포터, 터키 호위함 야부즈, 루마니아 호위함 마라세스티, 우크라이나 상륙함 유리 올레피렌코와 경비함 슬라뱐스크 등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이번 훈련의 목적이 흑해 해역 위기 상황에서 나토군의 대응능력을 향상하고, 나토 회원국 해군 간 공조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해 해상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나토 가입을 추진 중인 친서방 우크라이나가 연합 훈련을 벌이는 일은 이전에도 자주 있었으나, 이번 훈련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동맹국들과 서방 진영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루어져 주목 받았다.
러시아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주변 군사 활동을 두고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1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EU 회원국들을 비공개로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비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약 9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근거 없는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는 누구도 위협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페스코프는 오히려 "흑해에서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 공군기들과 정찰기들의 활동이 강화됐다"면서 "이는 러시아 억제와 대응을 자신들의 기본 목적으로 설정한 국가 공군기들의 비행으로 러시아는 이러한 위험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우크라이나 주변의 러-서방 간 무력 대치가 벨라루스 난민 사태를 둘러싼 양 진영의 군사 대결과 겹쳐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양상이다.
폴란드는 앞서 지난 8일 벨라루스에 체류해오던 중동 지역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유럽국가들로 가기 위해 자국 국경을 넘으려 하자 국경 지역에 군병력과 장비 등을 증강 배치해 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폴란드는 1만5천 명의 군인과 탱크, 방공무기 등을 국경에 증강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는 난민 사태에 대한 폴란드 측의 대응이 과도한 것이며 벨라루스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섰다.
벨라루스군은 12일 EU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주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연합 공수 훈련을 벌였다.
난민 사태에서 벨라루스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있는 러시아는 전략 폭격기 투폴례프(Tu)-22M3 2대와 Tu-160 2대를 10일과 11일 연이어 벨라루스 영공으로 파견해 초계비행을 펼치며 EU를 겨냥한 무력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와 나토 간 무력 대치는 북유럽에서도 벌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13일 영국 전투기들이 바렌츠해, 노르웨이해, 북해 등의 공해 상공에서 정례 비행을 하던 러시아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에 초근접 비행을 펼쳤다고 비난했다.
국방부는 영국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들이 러시아 전략폭격기에 수십m 거리까지 접근해 위험한 비행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당시 Tu-160 폭격기는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러시아 미그(MiG)-31 요격 전투기들의 엄호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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