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순간에 석탄 타협…'1.5도' 목표 살린 '역사적 합의'

입력 2021-11-14 07:28  

최후 순간에 석탄 타협…'1.5도' 목표 살린 '역사적 합의'
COP26 마감 넘기며 치열한 협상…불완전하지만 기후대책 마련에 의의
한국, 온실가스 40% 감축·석탄발전 폐지 동참 등으로 주목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유엔기후회의에서 최후 순간 석탄을 두고 난항을 겪었던 타협이 극적으로 성사된 배경에는 절박함이 있다. 불완전하더라도 세계가 합의한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다.
1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약 200개국은 이런 분위기에서 '글래스고 기후 조약'(Glasgow Climate Pact)을 채택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살려놨고 처음으로 석탄 등과 관련해 진전을 이뤘다는 점은 인정을 받는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합의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있는 한국의 기후행보를 주목했다.
◇ 석탄 발전 감축 의지…기후기금 확대 진전
이번 COP26의 주요 키워드는 석탄과 화석연료다.
조약엔 탄소저감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도 있다.
COP에서 석탄과 화석연료가 공식 언급된 것이 처음이란 점에서 상당한 진전이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가 석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구의 반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석탄과 화석연료 사용·생산이 많은 중국,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저항이 거셌다.
그러자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화석연료에 지원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압박했다.
13일 저녁엔 케리 특사가 EU, 중국, 인도 측과 함께 30분간 회의하며 석탄 관련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인도는 마지막 순간 '중단'을 '감축'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해 이를 관철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발전과 빈곤 근절 문제로 씨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종안이 통과된 후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감정에 북받친 듯 갈라진 목소리로 문구 후퇴에 사과하면서도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탄 외에도 개발도상국, 선진국, 기후 피해국들은 각자 입장에서 첨예하게 맞섰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돈'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등으로 피해를 보는 빈국들은 선진국에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선진국들이 온난화를 초래했는데 정작 피해는 책임 없는 국가들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상기후 적응을 돕기 위한 기금을 2025년까지 두 배로 증액하기로 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에 관해서는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파리협정 6조인 국제 탄소시장 지침이 채택돼서 '파리협정 세부 이행규칙'(카토비체 기후 패키지)이 완결됐다.
이는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2015년 파리협정 조문에 포함됐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운영 방침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 중·러 정상 불참에도…'1.5도' 목표엔 모두 동의
120여개국 정상이 모이는 자리에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불참하면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막하기 전부터 COP26 결과를 두고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5도' 목표 달성엔 미흡했다. 2050년엔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데 이들 국가는 2060년이나 2070년에 도달하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각국이 내놓은 목표대로라면 지구온도 상승폭은 2.4도에 달할 것이란 어두운 분석도 나왔다.
의외로 초반엔 메탄 감축과 산림파괴 중단 등에 100여개국이 동참하는 성과가 나왔다.
이후 논의가 정체된 듯 보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비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막판에 온실가스 배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협력하겠다고 깜짝 선언하면서 협상에 힘이 붙었다.
워낙 입장차가 첨예하게 다르고 196개 참가국이 결정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구조이다 보니 협상이 마감일을 넘겨 이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명제에선 모두 이견이 없었다.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포함해 파리협정의 기본 틀은 모두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1.5도'에 맞춰서 내년에 다시 내기로 합의했다. 본래 5년마다 점검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 선진국-개도국 간극 메우는 한국 역할에 주목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2018년 대비 2030년 NDC 40% 이상으로 상향, 2050년까지 석탄발전 폐지, 남북한 산림협력을 통한 한반도 온실가스 감축, 메탄 감축 등을 발표했다.

한국은 또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선진국은 2030년대, 개도국은 2040년대까지 최종 중단하는 성명에 40여개국과 함께 참여했다.
한국의 행보에 세계는 주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OP26 연설에서 과감한 기후대응에 나선 국가의 예시에 한국을 넣었다.
NDC 감축 목표에 관해서는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당히 노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발전 중단 성명 참여는 외신들이 주요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개도국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사이를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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