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부녀, 필리핀 부통령 선거 격돌?…이변 속출 대선판

입력 2021-11-14 10:04  

두테르테 부녀, 필리핀 부통령 선거 격돌?…이변 속출 대선판
대통령 아닌 부통령 출마 딸에 정계은퇴 번복하고 대결설 나오는 두테르테
"마르코스 아들-두테르테 딸 조합시 승리 유력"…인권단체 "심각한 위협"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 최종 후보 등록을 앞두고 이변이 속출하면서 혼선이 가중하고 있다.
특히 부통령 선거에서 부녀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관심이 커진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대선판은 로드리고 두테르테(76) 대통령 부녀 때문에 크게 흔들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43) 다바오 시장은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및 GMA 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라 시장 대변인인 크리스티나 프라스코 릴로안 시장은 그가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년 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라 시장이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 측은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선친인 필리핀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각종 대선 여론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사라 시장은 지난 9일 시장직 재선 도전을 포기해 대선 출마설이 급부상했지만, 목적지가 부통령 선거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였다.
혼돈은 이후 같은 날 부친인 두테르테 대통령도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어졌다.
언론은 지난달 부통령 선거 출마 등록을 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이 이날 대선 후보로 등록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공보 비서관인 마틴 안다나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후보 최종 등록일인 오는 15일 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해 딸인 사라 시장과 대결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헌법에 의해 연임할 수 없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애초 부통령 선거 출마 입장이었지만 지난달 초 부통령 선거 의사를 접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안다나르는 '부통령 선거 출마'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획이며, 그 계획이 변할지는 우리는 모른다"며 여지를 둬 상황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를 통해 정·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하며, 이와 함께 1만8천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관료들도 대거 선출한다.




한편 '마르코스-사라' 조합에 대해 유력 정치가문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기존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나 인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치분석가인 에드먼드 타야요는 통신에 "두 가문 모두 인기가 매우 인기가 있다. 두 사람이 승리할 팀이라는 것을 점치긴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재자 마르코스 가문 2세와 마약과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스트롱맨' 두테르테 집안의 2세간 연합 전선은 필리핀 인권운동가들에게는 '최악의 조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권단체인 카라파탄은 "목전에 닥친 상황은 필리핀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 대선은 이들 외에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이 후보 등록을 각각 마쳤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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