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딸 부통령 출마에 필리핀 대선판 요동…아빠와 맞붙을 가능성
"마르코스 아들-두테르테 딸 조합 승리 유력"…인권단체 "심각한 위협"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 최종 후보 등록을 앞두고 이변이 속출하면서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부통령 선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부녀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은 물론, 독재자와 '스트롱맨' 2세간 동맹이 성사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각종 여론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은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이들 매체는 전날 사라 시장 대변인을 인용, 사라 시장이 선관위에 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했다고 전했다.
사라 시장도 이날 대선 출마를 원한 지지자들과 대선 불출마라는 자신의 입장 사이의 절충점이라며 부통령 선거 출마를 확인했다고 일간 필리핀 스타가 보도했다.
그의 부통령 선거 출마 보도 이후 부친인 두테르테 대통령도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혼선은 가중됐다.
전날 언론은 지난달 부통령 출마 등록을 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측근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이 대선 후보로 등록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대신 대선에 나선 경찰청장 출신 로날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이 고 상원의원의 대선 도전을 위해 중도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공보 비서관인 마틴 안다나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후보 최종 등록일인 15일 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해 딸과 대결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고 로이터가 전날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애초 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다가 지난달 초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와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선거와 관련한 자신의 계획을 수 시간 내에 밝히겠다면서 자신은 오랜 측근인 고 상원의원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사라 시장의 부통령 선거 출마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그가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상원의원은 선친인 필리핀의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사라 시장은 마르코스의 러닝메이트 제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사라 부통령 후보' 조합이 성사되면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정치가문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기존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나 인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분석가인 에드먼드 타야요는 로이터에 "두 가문 모두 인기가 매우 인기가 있다. 두 사람이 승리할 팀이라는 것을 점치긴 쉽다"고 말했다.
독재자 마르코스 가문 2세와, '스트롱맨' 두테르테 집안의 2세간 동맹은 필리핀 인권운동가들에게는 최악의 조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카라파탄은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 대선은 이들 외에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에서 정·부통령을 별도로 선출한다. 1만8천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관료도 함께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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