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경·우크라 동부 군사적 긴장…북유럽·흑해서도 무력 시위
나토, 동맹국 보호·러시아 위협 방어 의지 확고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유럽연합(EU)의 동부전선격인 폴란드 국경에서 난민 사태로 긴장이 고조하고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나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NAC)는 최근 "우리는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의 국경에서 벨라루스의 추가 도발 위험을 경계하고 동맹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토 동맹은 벨라루스가 이런 행동을 중단하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며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나토 동부 진영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당연히 우리는 심각할 경우 개별 동맹국을 보호하고 러시아나 벨라루스에서 오는 어떠한 위협에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가장 커진 곳은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이다.
벨라루스가 중동지역에서 데려온 이주민과 난민 수천 명을 폴란드 쪽으로 밀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이들의 유입을 막으려고 1만5천 명의 병력과 탱크, 방공무기 등을 국경에 증강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는 이런 폴란드 측의 대응이 과도하고, 벨라루스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섰다.
벨라루스군은 지난 12일 폴란드·리투아니아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주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연합 공수 훈련을 벌였다.
벨라루스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러시아는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Tu)-22M3 2대와 Tu-160 2대를 10일과 11일 연이어 벨라루스 영공으로 파견해 초계비행을 펼치며 나토를 겨냥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위세 경쟁은 북유럽에서도 벌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13일 영국 전투기 편대가 바렌츠해, 노르웨이해, 북해 등 공해 상공에서 정례 비행하던 러시아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에 수십m까지 초근접했다고 비난했다.
12일에는 미국, 터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4개국 군함 7척이 흑해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 6함대 기함(旗艦) 마운트 휘트니와 구축함 포터, 터키 호위함 야부즈, 루마니아 호위함 마라세스티, 우크라이나 상륙함 유리 올레피렌코와 경비함 슬로뱐시크 등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흑해 북서부의 미군 훈련 해역에서 이탈리아에서 발진한 미 해군 대잠 초계기 P-8A 포세이돈 3대가 초계비행 했고 키프로스에서 이륙한 미 공군 고공정찰기 U-2S(드래건 레이디)도 흑해 북서부 상공과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했다.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도 화약고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국경 인근 지역과 동부의 반군 통제 지역에 약 9만 명의 러시아 병력이 집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국무부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이례적 군사 활동에 대한 보도를 우려한다"면서 "아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우려는 러시아가 2014년에 했던 것(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재연하는 심각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세력을 확장하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동유럽 지역 전력 증강을 추진해 왔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0년대 옛 소련이 붕괴한 후 동유럽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유럽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깬 것으로 나토는 판단한다.
나토는 2016년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에 나토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나토 동맹국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에 안보 위협이 발생할 경우 나토가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협력해 국가발전을 꾀하고 나아가 EU와 나토에 가입해 유럽 국가의 일원으로 경제·정치 통합에 참여하고 국가안보를 보장받으려 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민감하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두고 "러시아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폴란드 국경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폴란드 정부는 나토의 군사적 지원을 공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4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나토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동맹국은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때마다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나토 협약 제4조에 근거해 이 같은 제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제는 구체적인 조치와 전체 동맹국의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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