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위해 차선책…최첨단 기능 제외 먼저 배송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길어지면서 제조업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차선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가 필요 없는 '과거의 기술'을 다시 소환하거나,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최첨단 기능은 제외하고 일단 상품부터 배송하는 방식 등이다.
불도저 날처럼 생긴 제설 차량의 블레이드 조종장치를 만드는 미국의 한 회사는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똑같은 기능을 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기존 제품은 디지털 방식의 버튼을 눌러 블레이드의 높낮이와 방향을 조종했지만, 새로 설계한 제품은 게임 조종기 '조이스틱' 방식을 적용해 컴퓨터 칩 없이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기능은 다 똑같다. 과거 30년 동안 이렇게 했는데 괜찮았었다. 그냥 좀 클 뿐"이라고 말했다.
공항·대학의 보안요원들이 타고 다니는 1인용 전동 스쿠터 제조사 T3모션은 제품의 제어 장치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기존에는 배터리, 조명, 사이렌 등의 제어장치에 모두 반도체가 필요했지만, 통합 중앙처리장치 보드에서 프로세서 1개로 모든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바꿨다.
이 회사의 윌리엄 섬프스 최고경영자(CEO)는 "재설계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하고고 엔진도 바꿔 달면 스쿠터의 이동 거리도 넓힐 수 있다"며 "반도체 부족 사태가 혁신을 촉진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미완의 제품이라도, 일단 고객에게 배송하는 전략을 쓰는 곳도 있다.
스노모빌 제조사 폴라리스는, 첨단 위치정보시스템(GPS) 스크린이 달린 모델도, 스크린 없이 배송하고 있다.
나중에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해결되면 서비스 엔지니어가 직접 스크린을 달아줄 예정이라고 한다.
또다른 스노모빌 제조사는 도난방지장치가 빠진 제품을 배송하고 있다. 이 제조사 역시 부품 수급이 가능해지는 대로 해당 기능을 추가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도난 방지를 위해 '자물쇠'를 같이 배송해주고 있다.
지난봄에 주문한 스노모빌을 겨울을 앞두고 배송받은 고객은 WSJ에 "아예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제품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 필요 없는 구형 제품의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도 있다.
세탁기 제조사 '얼라이언스 런드리 시스템'은 지난달 세탁기 브랜드 '스피드퀸'의 하이엔드급 모델의 생산을 보류한다고 공지했다. 반도체 등 전자 부품이 덜 투입되는 다른 모델 생산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다.
최근 이 회사가 생산을 늘리고 있는 '통돌이식' 세탁기 모델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할머니 댁에 있던 클래식 세탁기 성능 기억나시죠? 저희가 더 좋은 성능으로 제공해드립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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