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보도…본인도 주변에 정치적 제약 불만 호소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백악관 내에서 공개적인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15일(현지시간) 30여명의 해리스 부통령 측근을 인용, 백악관 참모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측근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적절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옆으로 밀려 있다면서 백악관의 업무 행태에 분통을 터트린 것으로 전해진다.
해리스 부통령 본인도 지인들에게 정치적 제약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고 한다.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과 또 다른 유력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 사이의 긴장 관계가 집권 1년차부터 일찌감치 터져나온 셈이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기점으로 최근 가파른 인플레이션 등 겹악재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때 이른 차기 싸움을 조기 점화한 측면도 크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공석인 대법관 자리에 배치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기까지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역대 부통령 가운데는 드물게 대통령보다 의회 경험이 짧다는 점도 운신의 폭을 좁히는 또 다른 이유라는 지적이다.
최초의 여성 흑인 부통령으로서 시작부터 쏠린 남다른 시선도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해리스 부통령에게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자신의 역할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주례 오찬을 정례화하고 매일 아침 보고에 함께 배석시키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투표법을 비롯해 이민 문제 등 쉽게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난제들을 잇달아 해리스 부통령에게 넘기며, 부통령 입장에서는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핵심 정책 결정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입지 역시 탄탄하지 않다는 증언도 나온다.
지난 5일 의회의 인프라 법안 처리 당일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참모 및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대책을 숙의할 때 해리스 부통령은 나사를 방문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당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이 '워룸'에서 인프라법 처리를 지켜보는 마지막 순간 해리스 부통령이 함께하기는 했지만, 많은 일들이 그녀의 뒤에서 벌어졌다는 게 주변의 일관된 증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간 철군 결정에도 불만을 품었지만, 그녀의 의견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은 즉각 견제설 진화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윗을 올려 "부통령은 대통령의 핵심 동반자일 뿐 아니라 투표법과 이민 문제 등 국가의 당면 현안을 이끌어 나갈 핵심 지도자"라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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