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민중봉기로 축출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의 아들이 내달 치러질 예정인 리비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서자 일부 지역에서 대선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미스라타 지역 원로들은 성명을 통해 다음 달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보이콧과 서부지역 선거 투표소 폐쇄를 촉구했다.
성명은 "리비아 국민에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고 지금은 리비아 법원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이프 알이슬람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이어 자유로운 애국자들은 아직 헌법 기초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에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리비아 동부 지중해 변에 있는 미스라타는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2011년 민중 봉기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카다피 아들의 후보 등록을 허용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한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비아 고등선관위(HNEC) 위원은 AFP 통신에 "사이프 알이슬람의 후보 등록에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다른 선관위 관계자는 아직 이와 관련된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날에도 서부 자위야의 유력 인사들이 카다피와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의 대선 출마를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 난립에 따른 무정부 상태와 내전까지 겪은 리비아는 지난해 유엔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내달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이번 선거는 리비아의 정국 안정을 위한 시험대지만, 아직 선거법이 완전히 마련되지 않은데다 선거 결과 불복 가능성도 크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인물인 카다피 아들까지 후보로 등장하면서 대선을 둘러싼 혼란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이프 알이슬람은 한때 카다피의 후계자로 손꼽혔다.
그는 2011년 아버지가 민중봉기로 축출돼 사망하고 나서 체포돼 외부활동을 하지 못했다. 2017년 궐석재판에서는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를 억류했던 민병대는 그해 6월 석방했다.
사이프 알이슬람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정치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ICC는 2011년 사이프 알이슬람에 대해 발부한 체포영장이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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