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무 걸려 코 절반 잃은 수마트라 아기코끼리 결국 폐사(종합)

입력 2021-11-16 17:17   수정 2021-11-18 11:25

올무 걸려 코 절반 잃은 수마트라 아기코끼리 결국 폐사(종합)
멸종위기 수마트라 코끼리 수난…상아 때문에 독살당하기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멸종위기종 수마트라 코끼리 새끼가 밀렵꾼의 올무에 걸려 코 절반을 잃은 뒤 결국 수술 하루 만에 폐사했다.



16일 수마트라섬 아체주 천연자원보호국(BKSDA)에 따르면 자야군의 알루에 므락사 마을에서 지난 14일 생후 1년 된 암컷 코끼리가 올무에 걸린 채 발견됐다.
이 코끼리는 올무가 코 부위에 끼어 오랜 기간 움직이지 못해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
구조팀은 코끼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마취 후 코의 절반을 잘라야 했다.
코가 잘린 새끼 코끼리의 사진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범인을 꼭 잡아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아체주 천연자원보호국 아리안토 청장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밀렵하려 한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에도 불구하고, 아기 코끼리는 수술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상처 부위에서 발생한 감염 악화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의료팀은 코끼리를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이 너무 심했다며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한다고 밝혔다.



수마트라 코끼리는 수마트라섬에 분포하는 몸집이 작은 코끼리로, 상아를 노린 밀렵과 삼림 벌채로 서식지가 줄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수마트라 코끼리를 30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한 동물로 꼽았으며 현재 야생에 2천 마리 안팎만 남아있다.
아체주는 관내에 수마트라 코끼리 5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제난과 순찰 활동 축소로 수마트라 코끼리 밀렵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11일에는 아체주 한 마을에서 머리가 없는 수마트라 코끼리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현지 경찰은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이 코끼리를 독살한 뒤 머리를 잘라간 사실을 밝히고, 피의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상아를 노린 밀렵뿐만 아니라 팜오일 농장 등에서 코끼리가 작물을 해치지 못하도록 독살하거나, 전기울타리를 설치해 감전사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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