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업체 와그너그룹…EU "러 국방부 대리세력" 주장
해외개입 반대입법 추진…크렘린 '서방이 악마화' 반발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유럽연합(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전 세계 분쟁지역에 개입해 혼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그룹에 제재를 가하기로 합의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비합의는 아프리카 말리 군사정권이 러시아 용병업체인 와그너그룹에 현지 치안 등을 맡기는 계약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프랑스는 옛 식민지인 말리에 2013년부터 5천여 명의 병력을 배치한 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에 맞서는 대테러 작전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말리에서 2차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뒤 양국은 군사협력을 중단했다.
프랑스는 또 2023년까지 대테러 작전 병력을 현재의 절반인 2천500~3천 명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말리는 프랑스 병력 철수로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며 와그너그룹 소속 용병 1천 명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를 두고 프랑스와 EU 등은 아프리카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또 미국과 프랑스 등 EU 일부 국가는 와그너그룹이 러시아 국방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와그너그룹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U는 지난해 리비아 분쟁에 관여한 혐의로 프리고진에게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밖에 인권단체 등은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중동 등 분쟁에 개입해 혼란을 조장하고 인권 침해도 저지른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EU 회원국들은 와그너그룹 및 이 회사와 연계된 조직을 표적으로 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며 "러시아에 기반을 둔 와그너그룹이 해외 여러 현장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법적 틀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EU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경계 지역 군자산 증가, 벨라루스 난민사태, 천연가스 공급 등 문제를 두고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와그너그룹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EU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이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방의 많은 정상은 와그너그룹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준비할 수 있는 사악한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소리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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