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젊은이를 채무불이행자 등록
"금전보상보다 정상적인 금융활동 희망"
보험사는 피해보상 방안 찾느라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금융기관의 부주의한 실수로 20대 여성이 4년가량 신용불량자로 등재되고 경제활동도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23살 여성 A씨는 지난 8일 월세방을 전셋집으로 옮길 돈을 빌리러 은행을 찾았으나 대출부적격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작년 9월 결혼한 후 한푼두푼 모은 돈에 대출금을 더해 전셋집의 꿈을 실현하려던 그였기에 농협, 신한, 국민 등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으로부터 모두 대출부적격자라는 뜻밖의 말에 심리적 충격도 적지 않았다.
꼭 얻고 싶은 집이라 대부업체까지 찾았던 그는 그제야 자신이 2018년 4월부터 국내 상위권의 H 보험사에 의해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은행과 캐피털, 카드사 등은 모두 '왜 대출부적격자가 되었는지' 설명해주지 않았으나, 대부업체만 채무가 수년째 상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A씨는 2018년 3월 보험사의 채무를 모두 상환했는데 담당 직원의 실수로 채무 불이행자가 됐던 것이다.
A씨는 이 때문에 결혼하기 전 카카오뱅크 등으로부터의 소액대출 등 15건의 대출 시도도 모두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사회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금융기관들이 대출부적격이라는 말만 해서 자신의 신용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신용정보 관련 업종에 근무하는 그의 남편 B씨는 이에 보험사에 연락해 채무 불이행자 기록을 삭제했다. 그러나 A씨는 채무불이행 기록의 삭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제활동을 제약받고 있다. 지난 3년7개월간 장기연체 기록은 삭제되지 않아 은행권과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은 물론, 카드발급, 카카오뱅크의 소액대출 등도 모두 막힌 상태다.
B씨는 17일 "아내의 신용점수가 올라갔지만 장기연체기록은 삭제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채무불이행 기록이 삭제됐더라도 앞으로 정상적인 금융 서비스를 받으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부주의한 실수가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는 20대 젊은이를 4년 가까이 신용불량자로 만든데 이어 앞으로 1년이나 더 경제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문제를 일으킨 보험사도 이런 일이 드물어 어떻게 피해를 복구하고 보상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A씨의 장기연체 기록이 그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 회사의 실수였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등 A씨가 경제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피해보상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러나 "보험사의 증명서를 일일이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도 있고, 그 증명서를 금융기관들이 인정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그동안 대출이 막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게 아니다. 정상적인 경제활동만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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