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부패 사건으로 손해"…정부 "국민연금, 합당한 이유로 합병 찬성"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두고 한국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국가-투자자 간 소송(ISD)의 중재 심리가 시작했다.
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 판정부는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측 법률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2주간의 심리 일정을 개시했다.
심리 첫날에는 청구인인 엘리엇 측의 변론이 진행됐다.
엘리엇 측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엘리엇 측은 '국정 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삼성물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인 한국 정부 측은 이튿날인 16일 엘리엇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린저' 측 변호사들은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전반을 고려해 합당한 이유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또한 엘리엇이 양 사의 합병 발표 이후에도 삼성물산의 주식을 계속해서 매수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이 "도박"(betting)을 한 것이라며 그 결과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측은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 아직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중재는 지난 2018년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7억7천만 달러(약 9천억원) 규모의 국가 배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합병 당시인 2015년 7월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 비율이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엘리엇의 중재 요구 이후 양측은 서면 공방과 문서 제출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번 심리는 일단 26일까지 예정돼 있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24일 종료될 수도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가 있는 PCA는 이번 심리 기록을 포함해 추가 정보, 중재 판정부의 명령과 결정, 당사자들이 제출한 문서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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