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출동해야 하나…우주쓰레기 9천600t 떠다닌다

입력 2021-11-17 08:38   수정 2021-11-17 10:15

'승리호' 출동해야 하나…우주쓰레기 9천600t 떠다닌다
NASA "위성파괴 가능 2만6천개…모래 굵기는 1억개 넘어"
일기예보·위치정보 등 우주 의존하는 일상생활 위협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 주위 우주에는 이미 9천600t의 우주쓰레기가 떠다닌다.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소프트볼보다 큰 쓰레기가 2만6천 개가 넘고 우주복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모래 알갱이 굵기는 1억 개가 넘는다.
15일 러시아 위성 요격 실험으로 여기에 1천500개 이상이 더해졌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배경이 먼 미래가 아닌 이미 현실인 셈이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전날 실시한 위성 요격 미사일 실험이 이미 심각한 우주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영국 글래스고 기후회의가 끝난 지 며칠도 안 돼 우주에서 새로운 환경 비상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실험은 미국과 유럽, 과학계 등으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앞으로 수년간 우주활동을 위협하는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라는 비난을 샀다.
러시아 우주인 2명을 포함한 ISS 우주인 7명이 쓰레기 충돌에 대비해 우주선으로 대피했지만 러시아는 이 실험에서 발생한 파편이 ISS나 위성, 우주활동 등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우주공사(Roscosmos)는 트위터를 통해 "우주인들을 대피하게 한 우주쓰레기는 ISS 궤도에서 멀어졌다"며 "ISS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우주쓰레기의 심각성은 우주인들의 안전뿐 아니라 지구관측과 통신, GPS 등 현재는 물론 미래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인공위성에 지속적인 위협이 된다는 데 있다.



유럽우주기구(ESA)에 따르면 현재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쓰레기는 9천600t이 넘는다.
1954년 러시아가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후 우주공간에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 조각과 발사체 잔해 등이 계속 쌓이고 있다. 이런 조각들은 지구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하강하다가 대부분 불타 없어지겠지만 이 과정에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휴 루이스 교수는 "바닷가에 플라스틱이 쌓이듯이 지구 주위 궤도에도 비슷하게 우주쓰레기가 쌓이고 있고 지구 환경과 우주환경은 하나"라며 "일부 국가가 우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 주위 궤도에는 다양한 크기의 우주쓰레기 조각들이 수억 개 떠다니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 주위 우주쓰레기 중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소프트볼보다 큰 것은 2만 6천 개가 넘는다. 우주선을 훼손할 수 있는 자갈 크기 이상은 50만 개가 넘고 우주복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모래 알갱이 굵기는 1억 개가 넘는다.
우주물체 추적 서비스 레오랩(LeoLabs)에 따르면 러시아의 위성요격 실험으로 발생한 1천500개 이상의 우주쓰레기 조각은 고도 440∼520㎞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이스 교수는 이 정도 고도에 있는 우주쓰레기는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다행이기도 하다"며 "이 조각들은 하강하다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불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SA의 우주쓰레기 전문가 팀 플로러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우주쓰레기의 영향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통신과 일기예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등 많은 서비스가 우주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주 쓰레기가 증가할수록 인류의 우주 이용은 점점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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