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료 도입 후 인상율 5%로 합의…공정위, KG모빌리언스·SK플래닛 검찰 고발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결제사 4곳이 9년간 연체료 인상을 담합해 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KG모빌리언스[046440], 다날[064260], SK플래닛, 갤럭시아머니트리[094480] 등 4개 소액결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69억3천501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KG모빌리언스와 SK플래닛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는 휴대폰을 통해 월 100만원 이하 소액상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용 확인 절차가 필요한 다른 결제 수단과 달리 휴대폰만 가입돼 있으면 이용이 가능해 사회초년생 등 금융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한다.
소액결제사는 가맹점(판매점)과 소비자 간 상품 거래를 중개하고, 가맹점으로부터 상품 대금의 일정 금액을 결제수수료로 받아 수익을 낸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4개사는 2005년부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맹점 유치에 드는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된 기일까지 상품 대금을 내지 않는 소비자에게 연체료(미납가산금)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KG모빌리언스, 다날, 갤럭시아 등 3개사는 2010년 상품 대금의 2%를 한 차례 부과하는 방식으로 연체료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휴대폰 요금 연체료율을 고려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자 SK플래닛까지 포함한 4개사는 2012년 연체료율을 5%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연리로 환산하면 60.8%에 이른다.
이들은 5% 인상 근거로 민법상 손해배상예정액의 개념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은 연 30%였는데, 이를 따르게 되면 연체료율을 약 2.5%까지밖에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연체료율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1만원 상당의 물건을 사면 소액결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결제수수료로 얻는 금액(대금의 1.2%)이 120원인데 반해 연체료는 이보다 많은 500원이기 때문이다. '배보다 큰 배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3년부터 언론과 정부, 국회 등의 연체료 인하 압력이 커지자 4개사는 연체료율을 최소한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하거나, 현행 연체료가 과도하지 않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공동 대응해왔다.
이들의 담합은 2019년 6월까지 이어졌고, 이들이 9년간 소비자들에게 부과한 연체료는 3천7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연체료율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3.0∼3.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5월 관련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해 3년 만에 제재안을 확정했다.
한편 SK플래닛 측은 "담합한 사실이 없고, 여러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법적 조치 등 필요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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