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몸 수색 당한 여성들 소송…외국인 노동자 혹사 논란도 여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1년 앞두고 개최국 카타르가 인권 문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에 거주하는 여성 7명은 카타르 정부와 카타르 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일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에서 강제로 자궁경부 검사를 받은 피해자 13명 가운데 일부다.
당시 당국은 공항 청사 화장실에서 신생아가 발견되자, 아이를 버린 여성을 색출한다며 시드니행 여객기에 타고 있던 여성들을 내리게 하고 검사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인 대미언 스투재커 변호사는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사건 발생 당시 이들이 받았던 영향과 이후 고통에 대한 보상"이라며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관리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이번 소송은 이런 방식으로 여성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카타르에 가려는 사람은 현대적인 공항과 국영항공사 여객기라는 외피와 달리 이런 일의 재발을 막을 어떠한 제약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타르는 여성의 혼외 성관계 및 출산을 금한다. 이는 카타르 시민은 물론 관광객과 현지 거주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이 때문에 해외 원정 출산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으며, 출산 후 아이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카타르 정부는 당시 끔찍한 범죄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국은 당시 수색 책임자였던 공항 경찰관 한 명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정부 등으로 취업한 아시아계 여성이 학대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고용주의 집을 떠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제도의 문제점은 인권단체들의 단골 지적 대상이다.
또 카타르는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위한 인프라 건설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 때문에 자주 비판대에 서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월 탐사보도를 통해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지난 2010년 이후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 6천5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네덜란드, 독일 선수들은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항의한 바 있고,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단도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인권단체의 요구를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6일 성명을 통해 카타르 당국이 2017년부터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책을 위한 법 개정 등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가혹한 대접을 받고 있다면서, 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1년간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노동자 학대를 용인하지 않고 법을 위반하는 고용주를 처벌하겠다는 분명한 신호가 나온다면 카타르는 우리가 모두 축복할만한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상황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 월드컵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된 인권 위기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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