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전선언 정도로 대화 나오지 않을 것…中, 北설득 역할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외교특보단장을 맡았던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7일(현지시간) 이 후보가 대선 전에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측의 외교안보 자문그룹에서 활동 중인 김 전 원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 일각에서 이 후보의 대선 전 방미를 추진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은 이를 반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민주당은 이 후보가 조만간 방미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검토한 바 없다며 부인했다.
김 전 원장은 "이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기 전 미국을 방문하든지 (했어야지), 지금 와서 지나치게 진보적인 얘기를 해도, 친미 행보를 해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날 약속까지 하고도 실현이 안 됐다"며 "눈도장 찍으러 가느냐, 선거에 이용하느냐 해서 보수 후보도 못 갔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상대 후보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원장은 이 후보 측의 외교안보 자문그룹 중 하나를 이끌고 있다.
이어 김 전 원장은 "진보 정부는 한미동맹이나 북한 문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다변화했으면 좋겠다"며 '플랜A'가 미국이면 '플랜B'로서 다자주의가 필요하고 한국이 일부 유럽국가와 함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3지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그는 한국전쟁 종전선언만으로는 북한을 움직이기 힘들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비핵화 로드맵) 초기엔 북한이 조치를 많이 해야 하고 미국이 줄 평화조약, 수교, 제재해제는 다 뒤에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을 내려놔야 믿겠다는 것이고, 북한은 핵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보증 수표가 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 제재 해제인데 군사훈련은 규모 축소만 실현됐고 종전선언은 안 됐고, 제재 일부 완화는 막혔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다시 가져와서 정치적인 선언 정도로 해서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중국의 '한반도 역할론'과 관련, "중국이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의 대중 공격이 너무 전방위적이어서 중국이 이 기회에 미국이 주장하는 것만큼 자신이 평화를 깨는 세력이 아니라며 북한을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선 방미 중 비공개 세미나에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을 만난 사실을 소개한 뒤 "그가 중국의 반칙 행위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강하게 얘기하더라"면서 "아마 내년 말 시진핑 주석의 집권이 연장되면 중국이 좀 약하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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